연휴 끝 일요일의 조바심, '한 번쯤은' 열심히 살 수 있을테니 안심..
*2015년 2월 22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긴 연휴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이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그러니까 다음 달 중에는 이사를 해야 하고 후배와는 견적서의 내용을 가지고 공방을 치러야 하고 곧 술집에 찾아온다는 친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동창들을 대접해야 하는 등의 생각으로 내내 번거로웠던 연휴를 보내고 나니 그 마지막 날의 피로감이 더욱 심하다. 먹고 또 자고 깨어나서 TV나 책을 보다가 또 먹고 그리고는 쉬이 잠들지 못하는 새벽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이리 굴리고 저리고 굴리다가 연휴를 다 보냈다.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육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해. 긍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생각, 하찮은 생각, 심오한 생각. 그걸 이렇다저렇다 판단해선 안 되지. 생각은 흘러가는 구름 같은 거야. 우린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생각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어. 그러니까 어떤 생각 때문에 괴로울 땐 그냥 ‘생각’일 뿐이라고 마음먹고 흘려버리는 거야.” (p.24)
그렇게 잠 못 들던 어느 새벽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이리스가 자신도 그만 세상을 떠날까 하려던 찰나 천사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이 터뜨린 풍선으로 죽음의 타이밍을 놓치고, 대신 ‘이 세상 최고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 라는 제목의 카페를 우연히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루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를 만나 마법과도 같은 위안을 받게 된다는 줄거리를 가진 소설이었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어른이 읽는 동화 같은 느낌이랄까...
카페의 주인은 하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는 나이든 마법사이고, 카페에는 모두 여섯 개의 탁자가 있는데 그 각각의 탁자는 서로 다른 마법을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인 이리스는 거의 매일 이 카페에 들러 여러 탁자에서 루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소설의 저자가 두 명으로 되어 있는데, 어떤 식으로 나눠 쓴 것인지는 정확치 않다. 소설이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아마도 그것을 하나씩 맡아서 쓰지 않았을까.)
“인생이라는 위가 비어 있으면 아무도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없다는 뜻이에요. 매듭짓지 못한 일을 끝맺기 위해 죽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는 거 알아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세상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화해를 해야 하는 거죠. 나 자신하고부터... 인생이 충만했다면 죽음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맛있는 점심식사 뒤의 뜨거운 차처럼.” (pp.123~124)
여하튼 그렇게 그 카페와 루카를 통하여 자신이 맞닥뜨린 죽음의 실체를 보다 분명히 파악하게 되고, 그렇게 다시 삶에의 의지를 갖게 된 이리스는 오래 전 잠시 만난 적이 있던 현실의 남자 올리비에르와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었다, 라는 아주 동화스러운 결말을 가지고 있다. 카페의 이름인 원제가 아니라 ‘일요일의 카페’라는 번역 제목을 염두에 둔다면, 일요일 한낮 어딘가에 몸을 파묻고 읽기에 좋은 착한 소설이라고나 할까...
특히 소설의 말미 ‘죽음은 한 번도 열심히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나 슬픈 일이지요.’ 라는 문장에서 나는 이 착한 소설의 착한 마음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죽음은 열심히 살아보지 못한 사람에게 슬픈 일이다, 라고 말하는 대신 ‘한 번도’ 열심히 살아보지 못한 사람에게 슬픈 일이다, 라며 단서를 달아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지금 이렇게 빈둥대면서 그저 생각만으로 시간을 허송하며 일요일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 내일 월요일 열심히 살아버리면 까짓 죽음을 슬퍼할 이유 같은 것 사라지겠지, 하면서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된달까...
프란세스크 미랄례스, 카레 산토스 / 권상미 역 / 일요일의 카페 (El Mejor Lugar del Mundo es Aquí Mismo) / 문학동네 / 206쪽 / 2014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