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질거야 외치는 청년을 닮은 이 낯선 노인의 담화들...
여기 한 동네에 노인 한 명이 살고 있다. 노인은 꽤 노인인데 그래서 집으로 가는 길을 간혹 헷갈려 하고는 한다. 노인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고 지금은 그들이 나누어 노인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맞다, 노인은 꽤 부자였고 지금도 나름 부자이다. 이층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 노인은 이십여 년 전 상처하였고, 지금은 덕이라는 중년의 여인이 매일 찾아와 음식 준비와 청소를 해준다.
“... 모나코는 노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였다. 남녀 모두 기대 수명이 90이었다.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모나코는 아직 가 보지 못했다...” (p.24)
노인은 수영을 하고 철봉을 하는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려 애쓴다. 시가를 즐겨 피웠지만 지금은 마음대로 그러지 못한다. 동네 불량 청소년들을 데려다가 시가를 가르칠 수 있을 뿐이다. 노인은 와인을 마시지만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노인은 자신이 늙은 것을 잘 알고 있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느리게 아니면 빠르게 늙어가는 중이다.
노인은 꽤 고약한 성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주변 사람과 부딪치기를 피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 권투를 하기도 하였는데, 길에서 마주친 재수 없는 사내를 골목으로 유인해서 명치에 주먹을 꽂을 정도는 된다, 물론 나중에 복수를 당한다. 사소한 시비에 말려들었던 신문 보급소의 사내와는 끝까지 좋지 않은 사이가 되기도 한다. 사내는 잊을만하면 노인의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노인과 말다툼을 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그런 노인에게 한 명의 여인이 발견된다. 노인의 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종교 시설에 머물고 있는 미혼모 진이 바로 그 대상이다. 노인은 진이 자신의 아이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시간에 요령껏 자신의 동선을 맞춘다. 진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자신의 욕조에서 반신욕을 함께 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한다. 진이를 위하여 식사를 만들고 진이 식사를 하는 모습에 만족스러워한다. 하지만 노인의 기질은 여전하다. 노인은 기본적으로 불화의 제스처를 버리지 못한다.
“... 그것은 노인만의 유머 방식이었다. 상대방에게 비웃을 기회를 줌으로써 빈틈을 넓혀다. 유머는 그 틈에서 솟아났다. 자신에게 틈이 생기면 갖은 비아냥과 독설을 퍼부어도 상대방은 아무것도 방어하지 않았다. 그저 웃었다. 진도 그랬다.” (p.121)
노인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흔치 않은 소설이다. 아니, 노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 낯설지는 않지만 이 책의 노인 캐릭터는 낯설어서 그리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뚤어질 거야, 라고 외치는 청년을 닮아 있는 노인이라니... 안 되었다고 말하기도 뭣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도 난감한, 여러 제스처로 가득한 노인을 심상하게 바라보는 일은, 작가의 심상한 유머들 탓에 무겁지 않았다.
김기창 / 모나코 / 민음사 / 216쪽 / 2014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