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인간의 위선적인 이면들에 의하여 비로소 고양되는 긴장감...

by 우주에부는바람

건조한 문체,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들 (단편치고는 각각의 소설에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 갑작스럽게 고양되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단편들이다. 작가는 겉으로 드러난 말짱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어느 순간 표출되는 그 이면의 어두운 심리를 그려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작가는 어떠한 메시지의 전달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래서 각각의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는 잠시 멈출 수밖에 없다. 내가 읽은 것의 정체를 생각하기 위하여...


「고양이가 물어온 것」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중간 그 집의 고양이가 사람의 잘린 손가락을 물고 온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잠시 논쟁이 벌어지지만 결국 자체적으로 해결키로 한다. 작은 동네에서의 수소문으로 범인의 윤곽이 잡히고, 그 범인은 결국 그 집을 제발로 찾아와 자신의 행각을 실토한다. 그리고 그 집의 주인인 마이클은 범인인 디킨슨에게 손가락이 담긴 신발 상자를 건넨다.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적당한 교양을 갖추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중산층 모임의 구성원들, 그 구성원들은 그 모임의 구성원 중 하나인 에드먼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 각자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에드먼드를 자신들로부터 배제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결국 에드먼드는 알콜 중독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우리가 그를 죽였어’라는 그들의 머릿속, 그러나 “그가 그리워질 거예요.”라고 뱉어내는 그들의 말,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위선이 공포스럽다.


「바구니 짜기의 공포」

별장의 해변에서 주운 바구니, 그 바구니를 수선하면서 갑자기 발견된 자신의 일차원적인 능력... 그러나 여주인공은 그렇게 발견된 자신의 능력으로 오히려 혼란스러워 한다. 문명인으로 가공되어 있는 자신의 실체, 그 이전의 보다 본래적인 어떤 모습 앞에서 오히려 혼란스러워하는 현대인이 거기에 있다.


「검은 천사가 지켜보다」

요양원의 노모에게 매달 들어가는 돈이 버거워 결국 고향집을 처분하기로 한 주인공의 여정에서 밝혀지는 어떤 진실... 그러니까 노모는 이미 죽었고, 요양원의 사람을 비롯해 고향의 사람들 몇몇은 돈을 위하여 그 진실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진실이 밝혀진 다음 나는 그 진실을 공표하지 않기로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하나둘 죽음을 택한다.


「네 삶을 경멸해」

음악을 하겠다며 집을 나간 아들은 결국 아버지에게 손을 벌리기로 한다. 자신이 선택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것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지 못하는 아들, 그리고 그러한 아들을 향하여 겉으로는 인자한 미소를 흘리지만 경멸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아버지 사이에는 냉정하기만 한 기류가 흐른다.


「에마 C호의 꿈」

고기를 낚는 선박 에마 C호는 어느 날 표류 중인 젊은 여성을 구조한다. 그리고 남성들인 이 선박의 승조원들 사이에서는 찌질하기만 한 다툼이 벌어진다. 여성의 관심을 끌기 위한 그 원초적인 다툼들로 인하여 한 사람은 사망에 이르고, 나머지 사람들도 하룻밤 사이 서먹해지고 말지만 배는 항구에 닿고, 그녀는 아무런 미련도 남기지 않고 떠나간다.


「노인 입양」

근처의 요양원에서 나이든 노부부를 데려와 함께 살기로 한 메킨타이어 부부... 그러나 노부부가 들어온 이후 그들의 삶은 배배 꼬여가기 시작한다. 중산층 부부의 동정심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 자신들이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난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자료들만을 가지고 나올 뿐, 이층에 머물고 있는 노부부들을 구할 생각은 억지로 하지 않는다.


「로마에서 생긴 일」

흥미롭다. 대사관 직원인 남편을 따라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는 아름다운 아내 이사벨라... 그러한 이사벨라는 매번 자신이 샤워를 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노숙자가 성가시다. 그리고 그 노숙자를 범죄에 이용하게 된다. 그러니까 바람을 피우는 자신의 남편을 납치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사벨라는 노숙자로부터도 남편으로부터도 우스운 꼬락서니의 여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양손의 떡」

레슬리와 코니라는, 너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두 여자... 그리고 이 두 여자를 사랑하고 또 그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해리... 그러나 어느 한 쪽을 선택하거나 어느 한 쪽을 포기하지 못하던 해리는 결국 자신이 사기로 마음을 먹은 집을 보는 날, 두 여자를 한 자리에 불러 모으게 되는데...


「연」

어린 동생 엘지가 죽은 후 월터는 자신의 연 만들기에 더욱 주력한다. 그 사이 틈틈이 자신의 동생의 묘소를 방문하고는 한다. 그리고 이제 월터는 거대한 연을 만드는 것에 성공하게 되고, 그 연을 타고 하늘 높이 솟구치게 되는데... 이 작가가 여느 작가와 다른 지점은 바로 그 후, 연을 타고 날아가던 월터는 결국 추락하고 만다.


「검은 집」

어느 시골 마을에 하나쯤 있을 법한 폐가인 검은 집... 그 검은 집과 관련한 무용담을 뱉어내는 사내들이 있고, 그 사내들의 무용담에 고무되어 그곳을 방문하는 청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마을의 사내들이 그 검은 집과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기억들은 좀더 거멓다. 그 검은 기억들에도 불구하고 떠들어대는 사내들의 저열한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르네 클레망 감독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와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영화 <리플리>의 원작인 《재주꾼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스물 두 편의 장편소설과 일곱 권의 단편집, 그리고 《서스펜스 소설의 구상과 집필 (Plotting and Writing Suspense Fiction)》이라는 추리소설 작가를 위한 안내서까지 낸 왕성한 필력의 작가이기도 하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민승남 역 /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Not One of Us) / 민음사 / 2005, 2009 (1981,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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