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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의 '퇴거'를 보고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지난 금요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으로 복귀했다. 전직 대통령이었던 그가 '귀가'하는 장면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일부 보도에서는 이를 마치 "금의환향"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장면이 단순한 이사 이상의 의미로 해석되면서, 국민적 공감대와는 괴리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의 퇴거 장면은 퇴임식을 연상케 했다.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떠나는 대통령처럼 보였고, 경호 인력과 지지자들의 환송, 차량 행렬 등은 국가적 의전의 일부처럼 포장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중도 하차하거나 헌정상 특별한 결말을 맞은 것이 아닌, 현직 대통령 임기 중 개인적인 사유로 파면되었다.


이런 상황에서의 "금의환향" 같은 연출은 다분히 의도된 이미지 메이킹으로 읽힌다.


더 큰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이 과정에서 보여준 "자기 객관화의 결여"다. 자신의 정치적 행보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보여준 과잉 연출은, 그가 국민 여론과의 단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지지자들 앞에서의 밝은 표정, 경호 행렬, 비공식적인 의전은 오히려 "아직도 대통령인 줄 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아냈다.


정치인은 늘 '퇴장'에서 평가받는다. 윤 전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퇴임의 품격보다는 개인의 명예 회복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그는 이미 '전직'이라는 호칭을 얻은 상태이며, 국민은 그에게 겸손과 반성, 조용한 성찰을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 준 과시적 퇴거는 "책임 정치"의 실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 되었다.


국민은 언제나 '진짜'를 본다. 이미지가 아닌 진심을 원하고, 연출이 아닌 진정성을 기대한다. 윤 전 대통령이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를 고려하고 있다면, 무엇보다 "자기 객관화"라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떠날 때, 더 큰 울림을 남긴다"는 역사적 교훈을 참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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