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혹약재연'일까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장면, 어쩐지 낯설지 않다. 이 말을 나눴던 것도, 이 거리를 걸었던 것도, 심지어 이 감정조차도 마치 어디선가 이미 지나간 일인 듯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마음 한 구석에서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 의문 하나, "삶, 혹약재연일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미 살아본 적이 있는 게 아닐까?


매일 아침 눈을 뜨고, 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때로는 똑같은 실수도 반복한다. 삶이라는 건 그렇게 무한 루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희망을 품었다가 좌절하고, 다짐했다가 흔들리고, 사랑하다가 다투고, 다시 화해하는 일들, 마치 오래된 연극 대본처럼, 장면은 다를지 몰라도 감정과 흐름은 기시감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설령 삶이 '재연'이라 해도, 그건 참으로 아름다운 반복일지 모른다. 우리가 같은 말을 다시 하면서도 진심을 다해 말하려 애쓰는 것처럼, 같은 길을 걸어도 계절이 바뀌면 전혀 다른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것처럼, 중요한 건 반복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이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노래를 어른이 되어 다시 들으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가사는 같고 멜로디도 같은데, 우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이 재연이라 해도, 우리는 매 순간 '처음'처럼 살아갈 수 있다. 과거에 실패했던 사랑을 또 시작할 수 있는 건, 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삶은 매일 새로 주어지는 한 편의 대본 없는 무대, 우리는 어제와 비슷한 장면 속에서도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고, 다시금 의미를 만들고, 또다시 사랑할 수 있다.


그것이 삶이 '재연'이면서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오늘 하루가 어제와 너무 닮아 보여도 괜찮다. 그건 어쩌면 다시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 것인지도 모르니까.


이번에는 더 따뜻하게, 더 솔직하게, 혹은 더 용기 있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보자.


삶은 단 한 번의 공연일 수도 있고, 수많은 재연의 합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는 그 무대 위에 여전히 서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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