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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차이, 덜컥수"

디테일의 세계에 사는 우리

인생은 종종 "큰 차이"보다는 "작은 차이"에서 갈린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분기점, 신뢰와 실망의 경계, 기회와 위기의 문턱은 대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아, 그건 한 끗 차이였어" 혹은, "덜컥수를 두고 말았지"와 같은 말을 자조적으로 내뱉곤 한다.


이 두 표현은 특히 스포츠나 바둑 중계에서 자주 등장한다. "한 끗 차이"란 고도의 경쟁 속에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던 흐름이, 아주 작은 실수나 선택 하나로 기울어지는 순간을 뜻한다.


"덜컥수"는 바둑에서 쓰이는 용어로, 평소엔 절대 두지 않을 수를 갑자기 '덜컥' 두는 실수를 말한다.


이는 경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익숙함과 자만에서 비롯되는 어이없는 판단 착오인 경우가 많다. 그 한 수로 인해, 잘 쌓아온 형세가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렇다면, 왜 그런 예기치 않는 일들이 발생하는 걸까?


첫째, 삶의 한 끗 차이(보이지 않지만 결정적인)


직장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사업에서도 "한 끗 차이"는 자주 등장한다. 어떤 발표자는 청중의 집중을 이끌어내고, 어떤 발표자는 딱히 부족한 점이 없음에도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 차이는 단지 전달력이나 말솜씨 문제가 아니다. 마지막 슬라이드에 진심을 담았는가, 청중을 향한 눈빛에 진정성이 있었는가? 같은 미세한 디테일이 좌우한다.


승진을 놓고 두 명의 후보가 경합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력, 실적, 평판 모두 큰 차이가 없을 때, 결정타는 사람됨, 위기 대응력, 회의에서의 한마디 등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 요인"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한 끗 차이"의 세계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 믿는다. 하지만 디테일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마지막 문장을 한 번 더 읽지 않았던 이메일,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던 대화, 충분히 살피지 않았던 계약 조건, 이 모든 것들이 작은 불씨가 되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둘째, 덜컥수(익숙함이 부르는 참사)


덜컥수는 그보다 더 무섭다. 실패는 이해할 수 있어도, 덜컥수는 스스로 납득하기 어렵다. 잘하던 사람이 갑자기 허를 찌르는 실수를 한다.


누구보다 경험 많은 임원이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 핵심 데이터를 빠뜨린다. 이럴 때 실력 부족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너무 익숙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자만으로 바뀌는 순간, 경계심은 느슨해지고 판단은 흐려진다. 덜컥수의 공통점은 사소해 보인다는 점이다.


바둑에서 덜컥수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방심에서 시작된다. 조직에서도 그렇다. 절차를 생략하고 보고를 미루며, 관성에 따라 판단하다가 큰 사고로 이어진다.


삼성의 Galaxy Note7 배터리 폭발 사고나 보잉의 737 맥스 추락 사고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실패 사례에서도 덜컥수는 등장한다.


원인은 복잡해 보여도, 사실은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간단한 사실로 요약된다.


셋째,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작은 차이"


"한 끗 차이"와 "덜컥수"는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디테일의 세계에서 얼마나 깨어 있는가? 결과는 대부분 과정을 배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이란 것도 대단한 게 아니다. 아주 소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들, 일상적인 루틴 속에서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반복 속에서 얼마나 집중하는가에 달려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끗 차이를 놓칠 수 있다. 또 누구나 덜컥수를 둘 수 있다. 하지만 그 빈도를 줄이는 것이 지혜이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성숙이다.


경쟁력이란 결국 "작은 차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넷째, '마지막 한 끝"을 챙기는 사람


한 시인은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아주 사소한 데서 생기지만, 그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라고 썼다.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지 않는 "한 끝"을 끌어올리는 삶의 태도다.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검토하는 습관, 익숙함 속에서 경계심을 유지하는 태도,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기본을 무시하지 않는 자세, 그런 사람에게 승리는 우연이 아니라 당연하다.


한 끗 차이는 운이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된다. 덜컥수는 실력이 아니라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삶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오늘도 작은 실수 하나가 모든 걸 좌우할 수 있는 "디테일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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