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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름으로 감춰졌던 것들

윤 전 대통령과 "공적 책임"의 붕괴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2025년 대한민국,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을 당했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한 시대의 실패를 의미한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몰락은 단순한 정책 실패나 정권 말기의 인기 하락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훨씬 근본적인 신뢰의 붕괴, 그리고 "공적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었다"라고 본다.


그 중심에는 윤 전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논란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권력의 주체는 누구였는가?


윤석열 정부를 돌아보면 끊임없이 제기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진짜 대통령은 누구인가?"


공식적인 국가의 수반은 윤석열이었지만, 정작 권력의 중심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 김건희 여사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대통령 배우자가 공식 직함도 없이 정책, 인사에 개입하고, 외교 일정에 "무리하게" 동행하며, 문화•예술•교육 정책까지 좌우하려 했다는 의혹은 단순한 구설로 치부하기 어렵다.


특히 "영부인 사적 라인"으로 불린 인물들이 대통령실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 특정 기업 및 사조직과의 연계 의혹, 심지어 대통령 부부의 사적인 이해가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들은 대통령의 공적 권위마저 훼손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둘째, 사적 감정의 국정 개입: 김건희 리스크


김건희 여사의 행보는 단지 의혹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다. 특정 언론사와의 충돌, 사적 인맥을 통한 공공기관 개입, 그리고 "김건희 팬클럽" 논란에 이르기까지, "사적 감정"이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 사이에 각인시켰다.


문제는 이 같은 사적 개입이 헌법상의 책임 구조를 무력화시켰다는 데 있다. 누구도 김건희 여사를 제어하지 못했고, 윤석열 대통령 본인은 이를 방조하거나 묵인했다.


결국 국민이 대통령을 통해 행사라고 위임한 권력이, 제도 밖의 인물에게 흘러들어 간 것이다. 이것은 헌정질서의 중대한 위반이자, 국민 주권의 부정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셋째, "정권 몰락"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을 때, 많은 국민은 정치 경험이 없는 인물이 기존의 낡은 정치 구조를 타파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나타난 현실은 정반대였다.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고, 독선적인 정책 추진과 국민과의 소통 부족, 야당과의 극한 대립이 일상화되었다. 여기에 "영부인의 그림자 행정"이 더해지며, 정권은 점차 국민과 멀어졌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야권은 조기 정권 교체라는 이례적인 정치적 반전을 이끌어냈다.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자 정치 시스템의 자가 정화 작용이라 볼 수 있다.


넷째, 탄핵과 수사: 정치 보복인가, 불가피한 귀결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검찰 수사로 확대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 것은 정치 보호의 산물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정치적 책임을 법적 책임으로 끌어올린" 헌정의 작동 결과다. 공적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책임을 회피한 대통령에게 면책 특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수사는 전직 대통령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책임 없는 권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거부, 그리고 공정과 정의를 회복하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표현이다.


다섯째, 국민이 돌아선 순간, 권력은 붕괴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몰락한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국민의 신뢰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뢰 배신의 중심에는 대통령 본인의 무책임함과, 배우자의 비공식적인 권력 남용이 있었다.


대통령제에서 국민은 한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권력을 위임한다.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때, 국민은 언제든 그 권력을 회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례는 단지 개인의 정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공적 권력을 사적 도구로 변절시킨 이들에 대한 역사적 경고이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이 결코 "가족의 울타리"로 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사건이다.


두 번 다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재명 정부가 전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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