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질 수도, 가까워질 수도 없는 사이
사람 사이의 관계는 늘 복잡하다. 가까워질수록 불편해지고, 멀어질수록 허전해진다.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면 부담을 줄까 두렵고, 너무 거리를 두면 차가운 사람으로 보일까 염려된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에서 항상 "적정거리"를 고민하게 된다. 이 거리감의 긴장과 모순, 그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딜레마" 아닌가 싶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누구도 온전히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관계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정체성을 형성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관계라는 것이 때로는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더 지치고 불안한 경우도 많다.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동시에 "자기 보호"라는 내면의 본능을 작동시킨다. 친해지고 싶지만 상처받는 것이 두렵고, 인정받고 싶지만 거절당할까 봐 말을 아낀다.
마음을 표현하고 나면 후회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오해받는다. 결국 인간관계는 "말해도 문제, 말 안 해도 문제"인 경우가 많다.
특히, 현대사회는 이 딜레마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디지털 기술과 SNS의 발달로 사람들과의 연결은 쉬워졌지만, 역설적으로 관계의 밀도는 약해졌다.
우리는 매일 수십 명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좋아요" 하나로 감정을 표현하지만, 정작 누군가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겉으로는 관계가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립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관계가 확장될수록 오히려 더 많은 "관계 관리"가 필요하고, 그 안에서 나다움을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진짜 친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 자문에 보면, 대답은 더욱 쓸쓸해진다. 직장 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너무 거리를 두면 조직에서 고립되고, 너무 가까워지면 사적인 감정이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
적당히 친해야 하고,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지 않아야 하며, 갈등이 생기더라도 "좋은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 우리는 '진심'보다는 "기능적인 관계"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고 인간관계에서 완전히 도망칠 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첫째, 관계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인간관계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가까워야 할 사람과는 충분히 마음을 나누고, 거리 두어야 할 관계는 무리해서 맞추지 않아도 된다.
"적당한 거리"는 수동적 결과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선택해야 할 태도다.
둘째, 모든 관계에 완벽함을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때로 "좋은 관계"라는 말에 집착한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따뜻하고 유쾌할 필요는 없다.
어떤 관계는 배우는 관계이고, 어떤 관계는 지나가는 인연이며, 어떤 관계는 멈추는 게 더 나은 경우도 있다. 관계의 성패를 지나치게 평가하려 할 때,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를 자초하게 된다.
셋째, 관계를 맺기 전보다, 끊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관계는 필연적으로 끝나기도 한다. 그 끝이 상처가 아니라 존중일 수 있도록, 우리는 성숙한 "작별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지나간 인연을 원망하기보다는, 거기서 배운 감정과 경험을 긍정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끝맺음이 깔끔한 관계는, 때로 다시 시작할 기회를 남기기도 한다.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또 그 관계를 통해 치유된다. 관계의 딜레마는 결국 "인간됨의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복잡함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누군가와 연결되길 원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어려워도 관계없이 살아가는 삶은 결국 허전하기 때문이다. 서툴러도 괜찮다.
완벽한 관계는 없다. 다만 서로를 너무 어렵게 만들지 않으면서 함께 걷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인간관계의 본질"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