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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

삶을 지탱하는 두 축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지식과 지혜는 인간 삶을 떠받치는 두 축이다. 흔히 우리는 이 둘을 같은 범주로 묶어 생각하지만, 실은 성격과 역할이 뚜렷하게 다르다.


지식은 알게 되는 것, 곧 사실과 정보를 습득하고 축적하는 과정이다. 반면 지혜는 그 지식을 삶에 어떻게 녹여내고 활용할지에 대한 통찰이자 선택의 힘이다.


지식이 도구라면, 지혜는 그 도구를 쓸 줄 아는 솜씨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은 지식의 시대다. 스마트폰만 열어도 정치, 경제, 과학, 문화에 관한 방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AI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규모는 이미 인간의 기억과 처리 능력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많은 지식이 우리 삶을 더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지식은 쌓였지만 갈등은 깊어지고, 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의 고독은 더 커지고 있지 않은가? 이는 지식이 지혜와 만나지 못했을 때의 한계다.


지식이란 결국 "무엇을 아는가?"의 문제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어떤 이는 타인을 이롭게 하고, 어떤 이는 자신만의 이익을 좇는다.


같은 지식을 배웠어도 누군가는 삶을 풍요롭게 가꾸고, 누군가는 관계를 무너뜨린다. 지식이 같아도 지혜의 수준이 다르면 삶의 궤적은 전혀 달라진다.


지혜는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경험과 성찰이 반복될 때, 그리고 실패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깊어진다.


지식은 책상 앞에서 쌓을 수 있지만, 지혜는 삶의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노년이 되면 지식보다 지혜의 가치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가 보다, 무엇을 내려놓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더 큰 질문이 되기 때문이다.


삶을 돌아보면 지식이 나의 발걸음을 재촉해 주었지만, 지혜는 그 발걸음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었다.


지식은 눈을 열어주고, 지혜는 마음을 열어준다. 지식이 없으면 세상과 단절되고, 지혜가 없으면 사람 사이에 벽이 생긴다. 결국 두 축이 함께 굴러가야 인간다운 삶이 완성된다.


지식의 풍요 속에 지혜의 결핍을 우려하는 시대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만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성찰하고 삶에 녹여내는 훈련이다.


다시 말해 지식을 지혜로 승화시키는 힘이다. 인류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문명을 발전시킨 것은 지식이었지만, 그 문명을 유지하고 사람들을 함께 살게 한 것은 지혜였다.


지식과 지혜, 이 두 축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지식 없는 지혜는 공허하고, 지혜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지식이 빠른 속도로 우리를 앞으로 밀어낸다면, 지혜는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앞길을 밝혀주는 등불이다.


삶은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흔들림 없는 항해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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