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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인식의 게임

정치는 사실의 게임이 아니다

정치는 종종 사실이 게임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더 이상 교과서적 정의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표현이 되고 있다.


최근 김현지 전 총무비서관을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국회 출석 여부는 명확하다. 본인은 "출석하겠다"고 밝혔고, 국회는 국민 앞에서 투명하게 사실을 확인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는 출석을 둘러싼 온갖 해석과 소문으로 시끄럽다. 야당은 공개 검증을 요구하는 반면, 여당 일각에서는 뜬금없는 반대 기류가 흐른다.


정작 국민 입장에서는 "나가서 사실을 밝히면 될 일"을 두고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상황이 아이러니한 이유는 분명하다. 여권이 걱정하는 것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국회 출석 장면이 만들어낼 '이미지' 아닐까 싶다.


출석하는 순간, 카메라 앞에 선 모습은 정치적 장면으로 소비되고, 그 이미지는 곧 여론으로 고착된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뒷전이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인식만이 정치적 무기처럼 활용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앞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진실보다 인식 조작에 더 익숙한가? 정치가 이미지의 전쟁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미지가 사실을 압도하고, 인식이 진실을 대신한다면 그것은 건강한 정치가 아니라 대중 선동일뿐이다.


김현지 전 총무비서관 논란은 정치가 왜 늘 신뢰를 잃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국회는 국민을 위한 공간이지, 정당의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기 위가 아니다.


당당하다면 나서서 진실을 말하면 될 일이다. 그것조차 계산과 꼼수로 뒤틀린다면, 국민은 더 이상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정치가 인식의 게임이라면, 그 게임에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다. 인식은 바람처럼 바뀌지만, 사실은 결국 남는다는 점이다.


사실을 외면하는 정치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며, 국민은 언젠가 그 대가를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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