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Jan 10. 2022
국어사전에서 '삶'을 검색하면 "사는 일 또는 살아 있음"으로 표기하고 있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흔히 '삶의 궤적'이라 말하기도 한다.
삶과 연관된 용어로는 삶의 의미, 인생, 삶의 질 등이 있다. 특히 삶의 의미는 주변과 트러블이 생길 때 혼자 소주잔 기울이면서 푸념할 때 등장하기도 한다.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며 '인생 별건가' 한 잔 들이키세! 하면서 철학자들이 폼 잡을 때 사용되기도 한다. 가수 박미경은 말한다. "어제도 내일도 없고, 단지 오늘만 있다. 후회없이 보내자"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소설 '웃음'에서 인생의 구간별 자랑거리를 나이별로 꼽았는데 재밌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2세 때는 똥오줌 가리는 게 자랑거리, 3세 때는 이가 나는 게, 그리고 12세 때는 친구가 있다는 게, 18세 때는 운전할 수 있다는 게, 20세 때는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게, 35세 때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자랑거리다"
그런데 오래 살게 되면 자랑거리가 뒤집힌다고 한다. 즉 마라톤의 반환점을 돌아 거꾸로 달리는 것 같다. 언급하면 "60세에는 섹스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70세는 운전, 75세는 친구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게, 85세 때는 똥오줌 가릴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라고.
우리는 너나없이 대소변 가리는 것부터 배우고 인생의 복잡한 여러 항로를 항해하면서 때로는 폼잡고 자랑도 하지만 막상 죽음 직전에는 여지없이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된다.
삶의 궤적을 단순화하면 "태어나면서 곧 죽음의 항해가 시작된다"고 본다. 죽으면 결국 티끌이 될 텐데 뭘 그리 전전긍긍하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할 수도 있다. 그러다 심오해지면 속세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럼에도 10대 때는 지나치게 느린 속도로 가는 것 같았는데, 60 고개를 넘기 무섭게 속도가 무척 빠름을 실감하게 된다. 공평하다고 하는 시간이 왜 달리 체감되는 걸까?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일터를 향해 바쁘게 종종 걸음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이 화두를 붙잡고 잠시 씨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