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바보 이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나는 비싸게 샀지만, 나보다 더 비싸게 사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믿음은 투자의 논리가 아니라 기대의 전염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이라 부른다.
자산의 내재 가치와 무관하게, 더 큰 바보가 등장할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거래가 이어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 이론은 단순하다. 내가 바보가 아닐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나보다 더 바보 같은 누군가가 뒤에 줄을 서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줄이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첫째, 투자가 아닌 '전가'의 게임
더 큰 바보 이론이 작동하는 시장에서는 질문이 바뀐다. "이 자산은 얼마나 가치 있는가?"가 아니라, "이걸 내가 팔 때, 누가 받아줄 것인가?"가 핵심이 된다.
이 순간부터 투자는 분석이 아니라, 전가의 기술이 된다.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음 사람에게 넘겨질 뿐이다.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심지어 한때는 튤립 구근까지 - 역사는 이 이론이 반복적으로 작동해 왔음을 보여준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에는 모두가 현명해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언제나 "생각보다 더 바보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둘째, 왜 사람들은 이 이론에 빠지는가?
더 큰 바보 이론은 인간의 비이성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집단 심리와 불확실성의 시대가 결합할 때 가장 강력해진다.
1) 공포와 소외감(FOMO)이다.
"나만 빼고 다 버는 것 같다"는 감정은 판단을 마비시킨다.
2) 권위의 착시다.
유명인, 전문가, 인플루언서의 참여는 합리적 검증을 대신하는 증거처럼 소비된다.
3) 유동성의 과잉이다.
돈이 넘칠수록, 사람들은 가치를 따지기보다 "지금 사지 않으면 늦는다"는 감정에 반응한다.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 더 큰 바보 이론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이 된다.
셋째, 문제는 "누가 바보인가"가 아니다.
더 큰 바보 이론의 위험성은 개인의 어리석음에 있지 않다. 문제는 모두가 동시에 같은 가정을 할 때 발생한다.
"아직은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다르다."
"정부가, 시장이, 기술이 받쳐줄 것이다."
이 믿음이 깨지는 순간, 시장은 갑자기 질문을 바꾼다.
"다음 바보는 어디 있는가?"에서 "출구는 어디 있는가?"로, 그리고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넷째, 합리적 투자와의 결정적 차이
합리적 투자는 미래의 현금 흐름을 묻는다. 더 큰 바보 이론은 미래의 구매자를 묻는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결과는 극명하다.
전자는 시간이 내 편이 될 수 있지만, 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적이 된다. 가격이 오를수록 위험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다. 그리고 그 축적된 위험은 항상 마지막에 현실이 된다.
다섯째,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
더 큰 바보 이론이 작동하는 동안에는 누구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이 끝난 뒤에는 항상 바보가 존재했다는 사실만 또렷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투자의 본질은 "얼마에 팔 수 있느냐?"가 아니라 "왜 이 가격이 정당한가?"를 끝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에 있다.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또 누군가의 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