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까지 '선택'하며 살고 있는가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단순한 SF 액션 영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관이자, 지금도 유효한 질문 장치였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은 과연 진짜인가?" 그리고 25년이 지난 오늘, 이 질문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현실은 '체험'이 아니라 '설계'일 수 있다.
매트릭스 이론의 핵심은 단순하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현실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데이터의 결과일 수 있다는 가정이다.
영화 속에서 인간은 기계가 설계한 가상현실 안에서 살아간다. 감각은 있지만 선택은 없다. 자유의지처럼 보이는 것조차 이미 계산된 경로다.
이 설정은 철학적으로 새롭지 않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 데카르트의 회의론, 장자의 호접몽까지 - 인류는 오래전부터 "현실의 불확실성"을 사유해 왔다.
그러나 매트릭스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을 기술적 가능성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이다.
알고리즘 시대, 우리는 이미 매트릭스 안에 있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기계에 몸을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 SNS, 추천 알고리즘이 이미 우리의 관심•소비•감정을 설계한다.
내가 본 뉴스는 정말 "세상의 뉴스"인가? 내가 좋아한다고 믿는 취향은 누구의 추천 결과인가? 내가 분노하는 이슈는 우연히 본 것인가, 의도적으로 노출된 것인가?
매트릭스 이론은 이렇게 말한다. 통제는 감옥처럼 느껴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편리하고, 즐겁고, 익숙할수록 더 완벽한 통제다.
빨간 약과 파란 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 속 상징적인 선택 -빨간 약과 파란 약- 은 지금도 반복된다.
파란 약은 질문하지 않는 삶이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 가치, 성공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빨간 약은 불편한 인식이다.
"이 구조는 누가 만들었는가?" "나는 정말 선택하고 있는가?" "이 현실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매트릭스 이론은 우리에게 혁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각성을 요구한다.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 그것이 첫 번째 자유다.
■ 매트릭스 이후의 질문
오늘날 매트릭스는 영화가 아니라 은유다. 자본, 기술, 데이터, 정치, 미디어가 역인 거대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 사고하고 있는가?
매트릭스 이론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현실이 가상일 수 있느냐"가 아니라 "가상처럼 설계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가?"
아마도 이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 자체가 우리를 아직 "완전히 연결되지 않은 존재"로 남게 하는 마지막 증거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