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Jan 13. 2022
얼마 전에 삶에 대한 내용을 끄적인 적이 있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막상 가까운 분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는 부고를 받게 되면 죽음이 근처에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새벽에 눈 뜨기 무섭게 할 일 챙기던 손길이 갑자기 둔해진다. 그리고 문득 "뭐한다고 매일을 헉헉 거리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걸까" 생각이 든다. 누구 말마따나 편하게 대충 사는 게 최고라고 하던데~~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게 인생살이 같다. 자식이 아무리 핀잔해도 80세 노인은 그걸 놓으면 무료해지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 뙤약볕에서 호미 들고 계신다. 일과 노는 것이 구분되지 않은 삶을 살아왔기 때문 아닐까 싶다.
작고하신 분은 세상과 작별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힘든 여정을 걸으신 것 같다. 죽음에 이르는 길은 누구에게나 이렇게 힘든 걸까? 수년간 입퇴원을 반복했다는 건 살아남겠다는 강한 의지였을텐데~~
어쩌면 투병 과정에서 "차라리 지금 당장 세상과 손을 놓아 버리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생활이란 게 생각보다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환하게 웃고 계시는 영정 사진이 "이제 나 천국에 잘 도착했으니, 슬퍼 말라"하는 것 같다. 영정 미소가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길 기도한다.
시간의 선후 문제일 뿐, 지금 숨쉬고 있는 우리도 머잖아 고인 뒤를 따라갈 것이다. 그러면 가족과 지인들이 지금처럼 슬퍼하며 일련의 절차를 거치면서 작별을 고하겠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미국에서 도착한 상주가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격리돼 시설에 하루 머물다 장례식장에 오는 바람에 4일장을 치르는 것 같다.
100세 시대에 그렇게 길지도 않은 세월(75년)을 뭐한다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힘들게 헉헉거렸을까? "삶이 다 그런 거다"라고 하지만 많이 애잔하다. 이게 모든 이들의 삶 아닐까 싶다.
조문을 마친 후 막걸리잔을 앞에 놓고 글 쓰면서 독백하고 있는 지금, 힘든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 탓하면서도 "바로 이런게 인생이란 겨!" 하며 자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