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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철길 여행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오랜만에 SRT에 몸을 싣고 광주 송정역을 향했다. 기차역은 언제나 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새벽시간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코로나19 때문인지 생각보다 승객이 많지 않다.


수서에서 평택지제역까지 지하 터널을 20 여분 달려서 지상 구간에 나서면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잠깐이지만 지하 생활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들으면서 스치는 들녘 풍경을 감상하는 맛은 생각보다 상큼하다. 객실에서 아무것도 섭취할 수 없는 것이 다소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논산에서 강경을 가다 보면 '전설 따라 3천 리'에 등장하는 '미내다리'가 있다. 염라대왕 앞에 가면 "미내다리를 봤냐? 물어서 아니라고 하면 보고 오라"면서 이승으로 다시 보내준다고 한다.


열차는 조선시대 3대 시장 중 하나인 강경역을 지나고 있다. 토굴에서 젓갈을 삭이기 때문에 강경 새우젓이 유명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랬던 강경이 논산에 밀려 한낱 촌락으로 전락된 것 같아 씁쓸하다.


그리고 SRT는 이내 익산역에 도착한다. 익산은 '이리' 또는 '솜리'하고 부르던 지명인데 근처 익산군과 통합되면서 익산시로 변경됐다. 호남선, 전라선, 군산선이 교차하는 역으로 이곳은 소위 주먹들이 힘 겨루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옛날에 이리역 폭발사고 부근 근처 금마 소재 공수부대원 몇 명이 외출 나와서 이리 주먹들한테 손찌검당했다고 부대원을 끌고 나와 보복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열차는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백양사역을 스쳐 지나고 있다. 백양사에는 외국에서 공부하러 온 학승이 꽤 많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신도 수가 적어 사찰 살림을 꾸려가는 게 많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던 주지 스님 음성이 아직 귓가에 맴돈다.


정시 운행을 자랑한다는 SRT가 오늘따라 배전반 이상이라며 갑자기 정차했다. 허허벌판에 20 여분 간 가다 서다 하면서 열차는 광주 송정역에 도착하고, 오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택시에 오른다.


업무를 마치고 왔던 경로를 되돌리면 SRT 철길 여행은 종료된다. 오늘 SRT 나들이를 하면서 우리 국토가 좁은 건지 아니면 운송수단이 빠른 건지 잠시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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