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Nov 29. 2021
2018년 6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아주 낯선 투표 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투표를 도입하였는데, 해외 파병 군인을 포함해 외국에 나가 있는 유권자들이 부재자 투표를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기술적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이 획기적인 투표 시스템은 모바일 투표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었다. 투표에는 안면 인식으로 신분증 사진과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보 아츠'라는 앱을 사용하였다. 모바일로 다운로드만 하면 된다. 기존에는 부재자 투표를 위해 투표용지를 일일이 우편으로 보내야 했는데, 새로운 투표 방식은 생체 인식 보안 시스템으로 인증을 마치면 투표할 수 있다.
아시다시피, 투표는 가장 적극적 정치 행위이다. 하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투표율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이다.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점에서 모바일 투표는 낮은 투표율과 경제적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투표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다양한 투표 방식을 목적에 맞게 맞춤형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작게는 학교 회장 선거부터 지자체의 찬반투표나 정당 후보 선출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안 기술의 향상으로 비밀 투표와 중복 투표 방지 등 투표의 기본 원칙을 잘 준수할 뿐만 아니라 투개표 과정의 투명성과 더불어 신속성과 정확성까지도 보장해준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의 현실 도입은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 세계에서 오랫동안 '갑론을박'이 이루어진 이슈이다. 찬성하는 쪽은 편리성과 경제성을 내세웠고, 반대하는 쪽은 보안성을 이유로 들었다. 아무리 편리하고 경제적이라고 해도 해킹이나 조작 등으로 부정선거가 발생한다면 공정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본마저 파괴할 수 있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데이터 블록을 체인 형태로 연결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데이터 블록을 복제하여 수많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동시 저장하고, 그 내역을 모든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따라서 데이터를 중앙집중형 서버에 보관할 때와 달리 해킹이나 위, 변조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블록체인을 '공공 거래장부'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은 투표의 원칙과도 부합된다. 투명성과 위, 변조 방지가 투표의 핵심 전제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블록체인 기술로 모바일 투표의 약점을 대부분 극복하고 선거 과정과 결과의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블록체인 민주주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90년대에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인구 130만 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는 아이가 태어나면 즉시 칩이 내장된 전자신분증을 발급해 주고, 이 신분증으로 본인 인증만 하면 온라인으로 투표와 납세 등 웬만한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21세기는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이 삶의 편리성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정치나 행정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 요즘에도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자 투개표의 정확성에 대해 많이 의심하면서 '수 개표' 주장하는 걸 목격한다. 특히 지난 대선 때 드루킹 시건이 벌어져서 그런지 의심의 강도가 가중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5G 시대의 선두 주자인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싶다. 관계 당국의 심층 검토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