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Feb 28. 2022
옛날에 일은 하지 않고 매일 친구들과 술판을 벌이는 아들을 본 아버지가 화가 나서 "왜, 쓸데없이 맨날 술만 마시냐"라며 아들을 나무랐다.
그러자 아들이 술이 덜 깬 모습으로 아버지가 세상 일은 다 사람이 하는 거라 가르치셨는데 "제 친구들은 제가 고난에 처할 때 반드시 도움을 줄 진정한 친구"라고 대답했다.
무릇 친구를 얻기란 천하에 어려운 법인데 "너한테 그러한 친구가 많단 말이냐"하면서 '참말이냐?' 했더니 "세상에 둘도 없는 벗들"이라고 아들이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우리에 있는 돼지를 통째로 삶아 털을 뽑은 뒤 멍석에 둘둘 말아 지게에 얹고 아들을 앞세워 가장 친하다는 친구 집 대문을 두드리게 했다.
친구가 대문을 열자 아버지가 알려준 대로 "내가 실수로 사람을 죽였네.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는가" 했더니 집안으로 들어간 친구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친구 집 대문을 두드리고 같은 내용의 사정을 하자 친구는 "꾸짖듯 그런 큰일을 어찌 나한테 말하면 되겠는가" 하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세 번째, 네 번째 친구도 같은 반응을 보이자 "네가 친하다는 친구가 전부 이 모양이냐" 혀를 차면서 자신의 친구 집을 향했다.
아버지가 친구한테 같은 말을 하자 친구는 "누가 볼지 모르니 어서 들어오게. 도끼와 삽을 가져와서 어서 안방 온돌 파서 빨리 시체를 묻자"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친구! 실은 이건 돼지라네. 자네 진심을 알아보려고 거짓말을 해봤다네" 말하고 돼지고기를 안주삼아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걸 지켜본 아들은 한동안 아무 말없이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으며 뭔가 깨달은 바가 있었다고 하는 내용의 옛날 얘기 한 토막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 내게 닥쳤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리고 나한테 이런 친구가 있을까? 잠시 생각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