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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중산층인가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통계청의 '중산층 보고서'에 의하면 월소득(세전) 200만 원~600만 원을 중산층으로 분류하는 것 같다. 특히 급여 생활자의 50% 정도는 200만 원 이하라고 한다.


그런데 월 급여 700만 원 소득자가 자신을 빈곤층으로 여기는 특이한 현상이 보도되고 있다. 왜 그럴까? 조사에 의하면 "중산층의 70%가 자신은 중산층이 아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자신을 비하하는 특이한 우리네 정서가 한 몫을하는 것 같다. 즉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소통 부재가 한 원인으로 보인다.


알고 보면 주변 사람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급여 생활자인데 나만 적은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입을 닫고 주변에 부풀려진 현상이 지금의 사회적 빈곤을 더 부추긴 일면이 있지 않나 싶다.


내 이웃도 나와 비슷한 소득으로 생활함에도 각자 자신을 포장해서 주변에 얘기하다보니 돌아서서 자신의 초라함에 속상해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 싶다. 이렇게 우리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을 또 하나의 체면 문화로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우리가 오랜 기간 체면 문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예로,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 70% 정도이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자동차가 없는 30% 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텐데 단지 경차라는 이유로 자책하는 묘한 현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해서, 소득에 비해 물가의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보니 빈곤감을 더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득 상승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거기에 못지않게 중산층 수준에 맞게 물가를 낮추는 국민적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업이 '체면 문화'를 이용해 물가를 계속 올리는 못된 버릇이 고쳐지길 기대한다. 필요하다면 주변에 자신을 포장하기에 앞서 '물가를 내려라'하는 대국민 운동 전개도 요구된다. 아울러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어서라도 국민의 무서운 힘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인은 재벌이건 빈곤한 사람이건 스스로를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왜 그럴까? '행복은 금고 안에 없다'는 문구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번 기회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에 갇혀 사육당하면서 날지 못하는 '거위'가 되지 말고, 창공을 향해 힘찬 날개짓을 하는 '기러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왜냐하면, "나는 중산층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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