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May 28. 2022
춘추시대에 변방에서 머물던 후진국을 강대국으로 만든 '목공'이라는 임금이 있었다.
어느 날 목공은 이웃 나라인 진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맹명시'라는 자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는데, 그는 승전보를 전하기는커녕 적의 포로가 됐다가 석방되는 치욕을 당했다.
맹명시는 "주군 뵐 면목이 없으니 죽여주시옵소서!"
보통 왕이라면 그런 맹명시를 호되게 나무라거나 책임을 지우겠지만 목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상복까지 입고 나와 맹명시를 맞으며 "모든 것이 다 내 책임이오. 이 패배를 잊지 말고 더욱 분발해 주시오"라고 하지 않는가.
수년 뒤 다시 맹명시가 진나라와 싸움을 벌일 때에는 상황이 사뭇 달랐다.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움에 임한 맹명시는 승전고를 울리며 귀국했다.
그런데 전쟁에 승리했음에도 슬픈 얼굴을 한 채 국경까지 나가 병사들을 맞이하는 목공을 보고 맹명시가 물었다. "주군, 나라에 무슨 슬픈 큰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목공이 말했다. "그대 때문에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소. 하나 이번 전투로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구려.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어 그러니 이해해 주구려"
목공은 전사한 장병들의 장례를 직접 치러주었고, 전쟁에서 이긴 공로를 누구보다 먼저 부하에게 돌렸다. 그리고 만약 패배하면 모두 자신이 부덕한 탓이라고 말했다.
목공에 대한 '내 죄 내 탓'에 대한 더 놀라운 일화가 있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말이 궁궐에서 달아났다. 마구간 책임자가 어렵게 말의 행적을 수소문하다 한 상인이 그 말을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인의 말을 듣고 마을을 찾아가 보니 이미 백성들이 왕의 말을 잡아먹은 뒤였다. 왕의 말을 잡아먹다니 관리자 입장에서 정말 큰 사건이었다. 급히 마을 사람 300명을 잡아들이고 이 사건을 목공에게 보고하자 "말이 이미 죽었는데 백성들을 잡아들여 무엇하겠는가?"
"말고기를 먹으면 반드시 술을 마셔야 탈이 없으니 백성들을 풀어주고 술 한 잔씩 대접하시오. 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건 내 탓이오"
그러던 어느 해 목공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갔는데, 적에게 포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포위망이 점점 좁혀져 죽기 일보직전의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 한 무리의 병사들이 적진으로 돌입하여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아닌가? 목공이 그들의 행색을 보니 자신의 군사들이 아니었다.
목공이 물었다. "그대들은 도대체 누구시오" "예전에 말을 잡아먹은 백성들입니다" 왕의 말을 잡아먹고 술까지 대접받았던 백성들이 목숨을 걸고 목공을 구한 것이다.
이것을 두고 공자는 "덕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 말했다고 한다. 참고로 논어 '이인'편에 나온다고 하는 '덕필유린'은 이병철, 정주영 회장이 평소 강하게 추천했다고 한다.
"덕을 갖추거나 덕망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뜻"임을 강조해 본다. 이것은 덕이라는 것은 인간 내면의 깊은 곳을 울려 상대방을 감동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는 교훈 다름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