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Nov 12. 2022
법정 스님이 주창한 '맑은 가난'
살며 생각하며
가난을 지향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법정 스님이 청빈을 뜻하는 "맑은 가난은 미덕이다" 강조하셨다고 하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또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다.
법정 스님은 1932년 11월 05일 전남 해남군 우수영에서 태어나 가야산 억새풀이라는 별명을 갖고 생활하시면서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를 실천하시다 2010년 2월 17일에 입적하셨다.
스님께서는 1988년 2월 24일 명동성당 제대 앞에서 설법을 통해 "청빈은 절제된 아름다움이고 수도자의 가장 큰 미덕이며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하셨다.
그러면서 가난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맑은 가난, 즉 청빈은 삶의 미덕이라고 말씀하셨다. 특히 수도자의 경우는 "더할 나위 없는 삶이다" 강조하신다.
필자도 스님이 집필하신 '무소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스님께서 강조하셨던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김하는 시간을 가지곤 한다.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 지 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스님의 발자취, 이웃 종교와 교유했던 이야기, 지인과 도반들에게 보낸 편지와 선시를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손글씨 등은 아직도 우리를 감동케 한다.
편지가 도착하는 날에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했다는 스님의 아이 같은 얼굴 모습, 산과 물을 벗하며 외딴곳에서 살면서도 흐트러짐 없었던 정갈한 삶이 새삼 회자되는 늦가을 녘이다.
성서는 "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게 하려 했던 인간의 오만함"을 강하게 꾸짖고 있다. "하느님과 견줘보겠다"며 바벨탑을 쌓던 인간의 야망과 오만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교훈을 주지 않나 싶다.
비록 우리네 범인들이 구도자의 삶에서는 비켜서 있지만 요즘 부쩍 늘어난 부의 양극화 늪에 빠져서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는 모습은 스님이 주창하신 삶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암울한 시기에 조금 더 갖겠다고 핏대 올리며 아귀다툼하기보다 스님께서 강조하셨던 맑은 가난을 한 번쯤 곱씹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