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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 제사" 어떻게 지내면 될까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기독교에서는 천국과 지옥, 불교에서는 윤회, 유교에서는 눈에 안 보이지만 혼령이 우리와 같이 산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유교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 같다.


제사는 일찍이 2천200여 년 전 은나라 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전래되면서 수백 년 동안 불교와 유교 의식이 섞여 제사를 지내게 된 것 같다.


일례로 불교 의식인 제사에 유교 의식인 향이 섞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향로에 향불을 피우고 잔을 돌리는 행위를 하는 데 이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어느 스님은 일갈하신다.


아울러 제사는 밤에 지내는 것으로 "돌아가신 날 귀신이 와서 먹는다"라고 믿었기 때문에 밤 12시에 지내야 한다. 원래는 자시(밤 11시~01시)가 새로운 날의 시작이었는데 00시로 조정되었기 때문에 밤 12시(당일)에 제사를 지내는 게 맞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을 지키지 않는 제사는 헛제사(공염불)로 이것은 제사를 안 지내는 것과 별반 다름없다고 하니 굳이 제사를 지내겠다고 하면 귀찮더라도 "시간 엄수가 필수"라는 걸 기억했으면 싶다.


아울러 화장을 하게 되면 가족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뼈(육골)가 태워져 소실되기 때문에 후손과의 연결고리가 아예 없어지게 되므로 굳이 "제사를 안 지내도 된다"는 어느 고명한 스님의 강한 주장을 참고하면 어떨까 싶다.


따라서 요즘에는 화장문화가 정착되었기 때문에 굳이 제사를 안 지내도 된다는 걸 참고한다면 제사 문제로 가족 친지 간에 얼굴 붉히면서 다툼하는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귀신이 와서 제삿밥을 먹는다"라고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아울러 무려 2천 년 전 중국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여부도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반면에 설과 추석에 지내는 차례(다례)는 낮 제사로 추모 의례이다. 따라서 음식 공양이라 할 수 있는 제사 지낼 때처럼 고기 등 복잡하게 상차림할 게 아니라 가볍게 차를 올리고 조상을 추모하면 된다.


명절을 전후해서 특히 부부 갈등이 심해지는 명절증후군까지 겪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도 시원찮을 판에 쓸데없이 가족 갈등까지 겪어서야 될까 싶다. 명절에 고향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길 기대해 본다.


"생거진천, 사후용인" 앞세워 진천을 지켜냈던 당시 진천 사람들의 지혜를 소환해 우리 생활에 적용하듯이 오래전 풍습도 이제는 삶의 참고 용도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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