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으로 후퇴한 대한민국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전북 새만금 갯벌에서 진행했던 세계잼버리대회가 파행을 겪으며 엉망진창 일보 직전에서 나름 탈출에 성공한 것 같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k-pop으로 멋지게 마무리한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라 생각된다.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들이 700만 원 가까운 거액을 들여 꿈과 희망을 안고 참가했던 잼버리대회가 90년대 수준의 시설물에서 마치 군인들이 고난행군하는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나무 한 그루 없고 배수도 엉망인 뻘밭에서 땡볕에 온전히 노출한 상태의 청소년들을 향해 극기훈련의 좋은 기회라 평가하는 정신 나간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그것이 이번 잼버리대회를 가늠하는 수준 아니었나 싶다.


한국의 8월 기후는 폭염 아니면 폭우라는 걸 전제하고 준비해야 하는 건 상식임에도 너무 쉽게 간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잼버리는 텐트 치고 야영하면서 청소년들이 친목을 도모하는 게 핵심임에도 정치적 계산이 너무 앞서다 보니 엉망진창이 돼 버린 것 아닌가 싶다.


엉망인 배수로 공사와 습지로 인해 수많은 모기떼에 종아리를 마사지한 것 같은 불그스름한 사진을 보면서 필자가 상남 해병대 훈련소에서 야간에 동초 서면서 물린 모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준비에 대한 질문에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던 여가부 장관 또 "풍성한 숲을 조성하겠다"라고 약속했던 전라북도, 이들이 과연 뭐라 답변할지도 많이 궁금하다.

가관인 것은 7만 원짜리 텐트를 25만 원에 납품받았는가 하면 교회 강당 맨바닥에 요가 매트 하나 던져주고 잠을 자라고 하지를 않나, 심지어 잼버리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은 국가에 숙소를 배정하는 촌극까지 벌인 것 같다.


이러한 잼버리 조직위의 무능은 우리 국가를 30년 전 보다 못한 수준으로 단번에 후퇴시켜 버리면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이번 잼버리 사태가 대한민국의 위기 대응을 보여줬기 때문에 부산 엑스포 유치에 영향 없다고 하는 김현숙 장관의 발언에 국민들은 뭐라 생각할지 궁금하다.


무려 450억 원이 들어갔다고 하는 잼버리 메인센터 공사가 미완성된 채 행사를 진행했다는 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일까 싶다. 썩은 계란 납품 사건은 지역 정치인의 토칙 비리 결과 아니고 뭘까 싶다.


필자가 십여 년 전에 몽골 울란바타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세관을 통한 정식 통관 보다 짐꾼한테 뒷돈 주면 시간과 돈이 많이 절약된다는 얘기를 듣고 사업하는 지인이 그렇게 진행하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다.


이번 잼버리 사태는 전, 현 정권 간에 책임 떠넘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한 원인 조사와 제도적인 문제가 어떤 것인지 밝혀야 한다. 당연히 검찰 수사를 병행돼야 한다.


어쩌다 30년 전 고성에서 진행했던 잼버리대회만도 못한 그래서 세계 각국으로 부터 조롱받는 대한민국이 됐는지 너무 한심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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