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꼭 지내야 할까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우리 사회가 사람들의 의식변화와 함께 남녀의 지위, 제사, 장례문화 등 엄청난 변화를 겪어 온 것 같다. 요즘에는 수십 년 동안 제사 지내던 사람이 제사를 중단하기도 한다.


왜 그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제사 지내러 오는 사람도 제사 지낼 사람도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어제 만났던 지인이 "차라리 내 생전에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제사를 중단한다"고 자식들에게 통보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 들어서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지내던 제사를 중단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지인의 푸념적 얘기를 참고하면서 그 사유를 몇 가지로 구분해 보기로 한다.


첫째, 종교적인 이유

- 조상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대체로 유교와 무관하고, 유교 인구가 1%도 안되는데 유교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실은 한반도에서 고려 말까지 조상제사라는 개념이나 풍습이 없었다고 한다. 즉 천신에게만 제사를 지냈고 조상에 대한 제사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유교를 국교로 삼은 이성계에 의해 조상제사가 민간에게 널리 장려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정권의 안정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1년에 20회 정도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양반이 아니라고 하던 당시 풍조에서 신분 향상을 열망했던 일반 백성들 까지 조상제사 경쟁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상제사의 시초인 유교의 종주국인 중국이나 그 영향을 받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에서도 죽은 조상을 위해 조상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오직 우리만 조상과 부모 제사를 지내고 명절에 차례상을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리는 유일한 국가이다.


즉 종교적인 색채를 띠었던 유교는 국가 통치이념 및 종교 기능을 상실한 채 조상과 부모께 지내는 제사만 덩그러니 남은 형상이 돼 버리지 않았나 싶다.


이성계의 조선이 역사에서 사라진 대한민국에 유교는 국교도 아니고 종교라기에도 미미한 일종의 효를 중시하는 생활 철학에 불과한 정도 아닐까 싶다. 그런데 조선 후기로 갈수록 제사 풍습은 조선 건국세력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지나치게 번거로운 풍습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 같다.


둘째. 제사를 준비하는 주관자가 연로하고 힘들다.

- 제사가 장손과 장남의 몫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제사도 남녀구별 없이 지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장남, 장손에게 모든 제사, 차례의 준비가 맡겨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요즘에는 젊은 며느리들도 제사를 기피하고 명절에 부모님 찾는 것조차 기피하고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셋째. 제사 의미가 변하고 많이 퇴색되었다.

- 예전에는 모두가 어렵게 살고 통신도 발달하지 않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도 잘 없었기 때문에 제사일에 모여서 안부도 전하고 음식을 서로 나눠먹는 음복을 했지만 요즘은 이런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


넷째. 참석하는 인원이 별로 없고 연로하다.

- 연로하신 분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젊은 사람은 직장생활로 참석인원이 점차 줄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상에 대한 인식이나 형제간 부모님에 대한 역사의 대물림이 현실적으로 중단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째. 제사를 물려주기가 어렵다.

- 현실에서 종합해 보면 조상을 모시는 제사나 부모님 기일을 2대, 3대의 손자나 증손자에게 물려줄 수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조상들의 제사를 가져가려 하지도 않는다.


제사는 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강제로 한다고 한들 이뤄질 수 없는 일이고 또 받는 쪽의 종교적인 이념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어 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으면 불효자식, 호래자식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불효라고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제사와 효도는 아무 관계가 없게 된 것이다.


어쨌든 시대적 변화에 따라 제사 문화도 바뀌어 가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평가하고 또 받아들일지는 이제 각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다만, 제사문제로 가족친지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한다.


자기가 죽은 뒤 제사 문제로 이러쿵저러쿵 자손들이 티격대는 것을 바라는 조상님은 안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는 제사가 계륵이 된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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