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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지내는 시간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어제 지인과 막걸리 한 잔 하면서 담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며칠 전에 "제사 지내느라고 힘들었다"며 푸념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제사 지내는 시간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제사는 망자가 돌아가신 날짜를 기준으로 해서 일 년 후 같은 날짜에 지내는데 "제사는 왜 밤 11시나 12시에 지내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자시(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에 제사를 지내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 하늘에서 천문이 12시에 열린다.

둘째, 돌아가신 날 가장 이른 시간에 지낸다.

셋째, 자시가 귀신들이 가장 활동적이다.


위 세 가지 중 전통적 풍속에 의하면 둘째가 가장 합당하다고 한다. 즉 10월 1일에 돌아가셨다면 이듬해 10월 1일이 오기까지 1년을 굶으신 것으로 생각해서 1년이 되는 가장 빨리 드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10월 1일 자시에 드리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제사를 초저녁에 지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반드시 날짜는 지켜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즉 제사는 전날 앞당겨서 지내는 게 아니라 돌아가신 날 당일 초저녁에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1주년 또는 1주기 기념식을 하면 그 전날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되는 당일에 기념식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사도 굳이 풍속 상의 원칙을 따진다면 당일의 가장 이른 시간인 자시에 지내고, 사정상 자시에 제사 지내기 어려우면 전날 당겨서 지내는 게 아니라 당일날 지내는 게 합당하다.


참고로 제사음식을 흠향하러 오시는 조상의 귀신은 음기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해가 떠서 양기가 강한 낮에 지내면 안 되고 음기가 성행할 수 있는 밤에 지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도만 생각하면 제사는 당일 자시에 지내는 것 맞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해 본다면 집안 사정에 맞게 정성껏 지내는 게 정답 아닐까 싶다.


참고로 돌아가신 분을 위한 제사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새겨보면 귀신은 시간이나 장소를 옮겨도 전부 알기 때문에 형편에 맞게 제사 지내는 것도 크게 무리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제사도 집안에서 후손들이 논의를 거쳐서 특별한 날짜를 정해 추도의 예를 올린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각자의 몫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임을 참고하면서 자신을 있게 해 준 조상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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