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기술, 어디까지 왔을까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영화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는 이전 악역들보다 더 큰 공포를 가져다주는 존재가 등장한다. 인류를 위해 만든 울트론은 인간의 두뇌와 흡사하도록 뉴런과 시냅스를 복잡하게 연결한 인공지능을 탑재하였다.


지능을 갖춘 울트론은 곧 저장된 정보로 답을 찾는 AI 수준을 넘어서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인류가 멸망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AI와 로봇은 오랫동안 공상의 대상이었다. 인간 대신 일하고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존재는 일찌감치 우리 곁에 머물렀다. 자기 혼자 움직일 수 있는 인공물이라는 의미로 한때 로봇은 '자동인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자동인형은 15세기 무렵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갑옷을 입은 기계 기사로 그렸다고 하니 꽤 오래전부터 자동인형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그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러다 상상 속의 로봇이 어느덧 현실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산업현장에서 로봇이라는 말이 별로 낯설지 않다. 커피숍에서 또 스낵코너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공장의 자동 기계에 머물던 로봇이 어느새 수술실에까지 들어섰다. 이름이 '다빈치'인 복강경 수술 로봇은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의 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5G를 만난 로봇 수술은 의료 현장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2019년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업계 '월드 콩그레스'에서 스페인의 한 의사가 행사장에서 5km 떨어진 병원에 누워 있는 종양 환자의 수술을 시연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예전에도 원격 수술은 있었지만 세계 최초로 5G 환경에서 원격으로 이루어진 이 수술실에서는 실시간 의료 데이터 조회와 깨끗한 이미지, 초정밀도가 돋보였다는 후문이다. 의료계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원격의료시스템 구축도 이제 시간문제가 된 것 같다.


이밖에도 로봇은 5G로 여러 산업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농사도 농부가 직접 밭에 나가서 짓지 않아도 된다. 자율 로봇과 드론이 5G로 원격 조종을 받아 농사를 대신 짓는다. 미국에서 2017년부터 시작한 농업의 로봇 자동화 프로젝트 '핸즈프리 헥타르'가 성공적으로 여러 번의 수확을 거뒀다는 소식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됐다.


산업용 로봇도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기계 팔 수준에서 벗어나 커넥티드 로봇, 미래형 드론 등 자율 로봇을 원격 제어로 고난도 산업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났거나 위험 물질을 제거할 때도 사람 대신 작업한다.


5G 시대에는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강현실 환경에서는 직접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실감하면서 조종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미국에서 이미 시연된 바 있다.


로봇 상용화에서도 중국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중국은 이미 3,000km나 떨어진 원거리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원격 제어 수술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중국 국영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화웨이의 5G 기술을 지원받아 가능했다고 본다.


물론 우리나라도 로봇이라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큼 수준이 높다. 특히 제조업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미 SK텔레콤과 LG전자는 5G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초저지연, 초연결된 5G와 ICT가 새로운 로봇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로봇의 등장과 진화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보여준다. 생산성과 효율성의 혁신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그늘도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 초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고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걱정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수반하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같은 영화나 소설에서 이미 숱하게 표현되었다. 이런 디스토피아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님을 정책 당국자들은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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