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걸으며

살며 생각하며

아침부터 아파트 창가를 오락가락하면서 흰 눈이 흩날리는가 싶더니 점차 함박눈으로 옷을 갈아입고 세상을 온통 하얕게 덮고 있다. 방금 전까지 보이던 길을 흰 눈으로 치장하고 있다.


꼬맹이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눈사람 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한쪽에서는 아버지 손에 끌려 눈썰매 타면서 추억을 만들고 있다. 집에 가자는 아이의 칭얼거림은 부모의 동영상 촬영 욕심에 금세 묻힌다.


오랜만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어서인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카메라에 추억 담기에 바쁘다. 종로에서 지인과 업무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잠시 짬을 내서 근처 종묘를 산책하고 있다.


사람 발자국이 없는 길을 걷는다는 것은 또 다른 설렘과 기쁨을 가져다준다. 어렸을 때 눈 내린 날 꼭두새벽에 첫 발자국 만들고 싶어서 잠을 설쳤던 기억이 소환될 정도로 눈 맞으면서 첫 발자국 내는 맛은 경험자라면 알지 않을까 싶다. 맛깔스럽다.


방송에서 폭설이 내리고 있다는 건 분명 지구온난화 영향이라며 보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웨덴의 기록적인 한파, 서유럽의 기록적인 폭우 등을 연이어 설명한다.


그러거나 어쩌거나 내리는 눈에 온몸을 맡기면서 걷고 있는 지금 많이 행복하다. 그래서인지 간혹 스치는 사람과 나누는 눈인사조차 즐거움을 더하는 것 같다.


언제까지 눈이 내릴지 또 내린 눈으로 걷는 게 불편할지 모르지만 복잡한 세상 사 잠시 뒤로 하고 하얀 도화지 같은 눈길을 걷는 것이 그냥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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