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Nov 19. 2021
모처럼 집 근처 일자산 능선을 걸어본다. 주로 야간에 고덕천과 한강변을 따라 마라톤을 하는데 낮에 산책하는 느낌이 좀 색다르다. 해발 높이는 따질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낮은 능선이지만, 걷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다 낙엽 되어 바람결에 우수수 떨어지는 잎사귀들의 모습이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단풍나무, 밤나무, 도토리나무 등 각양각색의 나무가 한껏 치장하고 있다 이제 겨울맞이 하는 것이리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북이 쌓인 낙엽 위를 밟고 지났는지 낙업이 짓이겨서 형태마저 없어지고 있다. 곧 흙으로 변해 나무의 양분으로 되돌아가겠지. 태어나서 젊음을 만끽하다 늙어서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사이클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낮시간이라 그런지 오가는 길손이 적어 삭막하기까지 한 능선 길을 한가롭게 걷다 보면 마치 가을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아직도 매달려있는 단풍잎을 배경으로 사진도 한 장 찍어본다.
하이! 하며 인사하는 외국인 선생님과 한 무리의 아이들을 보니 근처에 외국인학교가 있는 것 같다. 산길에서 조차 전부 마스크를 착용한 걸 보니 마음이 애잔하다.
일자산 정상에 놓여 있는 10여 개의 운동기구들과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등줄기에서 땀방울이 흐른다. 운동기구들을 관리하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담고 산길을 내려간다
언젠가 법당에서 들었던 노 스님의 법문이 문득 떠오른다. "마음, 마음이여! 알 수가 없구나. 어떤 때는 세상의 모든 걸 품을 것 같은 여유를 갖다가, 또 어떤 때는 좁은 방석에 바늘 하나 꽂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협량 하는구나"
산행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가? 대양 같은 넉넉함은 아니더라도 좁은 방석의 여유는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성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