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Nov 20. 2021
우리가 철들면서부터 무덤 앞에 도착하기까지 아주 친숙한 단어 중 하나가 '잔소리'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잔소리가 갑자기 끊기면 한동안 "왜? 하면서 불안한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라고 정신분석가들은 말한다.
잔소리는 상대방을 지치게 하고 또 힘들게 한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잔소리를 통해 잘못된 행동이 개선되는 것보다는 다툼으로 번질 때가 더 많다"라고 충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집에 초등생 아이가 있다. 아버지가 모처럼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일찍 귀가한다. 아이는 아빠가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므로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흐뭇한 미소로 "아들아, 오늘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배웠지? 그러면서 너 저번에 학원 빠졌다며? 학원은 빠지면 안 된다. 여보! 얘 내일 학교 준비물은 잘 챙겼나요? 숙제 안 해서 또 혼나게 하지 말고 밥 먹고 숙제 좀 봐주세요" 이런 식의 상황을 그려본다.
아이한테 시작된 말은 어느덧 아내를 향한 잔소리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빠랑 같이 시간 보낼 생각으로 들떠있던 아이는 금세 시무룩해지고, 저녁 준비하던 아내는 한 숨을 쉬게 된다. 대부분 기정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광경 아닐까 싶다.
살면서 잔소리를 안 들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잔소리 중 하나는 '공부는 언제 할 거니' '좀 일찍 다녀라'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 '제발 네 방 청소 좀 하거라' 등 아닐까 싶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썩 기분이 좋지 않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현상은 성인이 돼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똑같은 잔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깜짝 놀랄 때가 많게 된다.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그 잔소리를 지금 자기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래전에 술을 같이 한 적이 있던 대학원 제자 학생이 했던 말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자기는 남편의 주사로 인한 잔소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적당히 취기가 오르자, 남편의 술주정으로 자기가 그렇게 싫어한다고 하던 그 주사를 자신이 -그것도 다소 조심스럽다고 할 자기 교수 앞에서- 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잔소리를 하는 걸까" 궁금해진다. 재미있는 것은 잔소리를 하는 상대방은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과 가까운 가족, 회사 동료, 친구 등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그들과 함께 항해하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책임감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생활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그냥 넘길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름 걱정되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잔소리를 하면 할수록 상대방은 귀를 막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반복적인 잔소리는 상대를 지치게 하고 또 힘들게 한다. 그래서 잔소리를 통해 잘못된 행동이 개선되기보다는 다툼으로 번질 때가 많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이 안 좋아져서 마주치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 때로는 문제가 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잔소리는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또 잔소리가 심해지면 말실수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생길 우려가 있다고 하니 특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아울러, 이제부터는 아이에게 숙제했어?라고 잔소리하는 대신 기분 좋은 질문을 해 보자. 게임하고 있는 아이에게 "어떤 게임하고 있니? 재미있니?"라고 관심 갖고 질문해 보는 거다. 또 즐겁게 얘기 나누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자발적으로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유도하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싱 대방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이전의 상황과 연관 지어서 지적하기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질문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