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이제 마지막 달력 1장을 남겨 놓고 있다. "세월의 체감 속도는 자기 나이와 같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10대 때 빨리 어른이 됐으면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백년을 산 것 같다.
가는 세월 아쉬워하며 가끔씩 교보문고, 알라딘 등 시내 서점에 들러 책의 향기를 맡아본다. 그곳에 가면 왠지 편안해지고, 또 뭔가를 얻어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두리번거리다 빈자리를 발견했을 때 꽤 큰 쾌감을 맛보기도 한다. 요즘에는 좌석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대부분 서서 읽지만.
교육학자들은 "책을 읽으며 대하는 자세에 따라 읽고 난 후 얻어지는 결과가 많이 다르다"라고 얘기한다.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좋을까? 의무감으로 대할 때와 읽고 싶은 마음으로 대할 때의 느낌을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이것은 마치 누구 집에 초대받아 방문했을 때 집주인의 사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손님 태도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저자의 집에 초대받아 글쓴이의 세계를 만난다고 생각하고 책을 대하면서 나를 발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저자의 사고를 자연스럽게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재미있는 책 속 여행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서 저자의 의견에 자연스럽게 흡입돼 생각보다 크게 힐링 할런지도 모른다.
철학자 중국의 '장 휭거'는 "책을 읽음으로써 내 마음을 지킨다. 즉 책을 읽으면서 지키는 것은 내 마음이다. 그런데 그 책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하는 순간 그 책이 나의 지배자가 될지도 모른다"라고 얘기했다. 자칫 내가 주인 자리를 잃고 책한테 그 자리를 넘겨줄지도 모른다는 얘기인 것 같다. "책을 읽는 것은 곧 나를 찾는 것이다" 생각이 든다.
우리가 듣는다는 것은 말을 하기 위함이듯이, 최진석 님 주장처럼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무엇이든지 쓰려면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읽고, 생각하고 또 스스로 많이 느껴야 한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교보문고 책상머리 한 자리를 차고앉아 시간을 보내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일은 비우는 동시에 채우는 작업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배움과 깨달음이 덤으로 따라온다고 할 수 있다. 또 자기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거나 모르고 있던 것을 새로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쾌감은 형언하기 어렵다. 사랑에 빠지거나 마약을 복용할 때 느끼는 황홀감 같다고 하면 심한 표현일까?
하지만 글 쓰는 일은 행복하면서도 조금 고통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글 쓰는 걸 계속하는 걸 보면 아마 '밑지면서 판다'고 말하면서도 많이 팔릴수록 좋아하는 상인 심리와 뭐가 다를까 싶다.
세상과 관계를 이어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 제 칼럼을 읽고 많은 독자들이 응원해줄 때 힘이 솟아난다. 그리고 크게 감사함을 느끼고 고마움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지만, 어김없이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제 거리 골목은 한 해를 넘긴다는 아쉬움을 핑계 삼아 술잔을 기울이고 어깨동무하면서 비틀거리는 군상들로 시끌벅쩍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보다는 책 읽고 글을 쓰면서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새해를 준비하면 어떨까 싶다. 여러분을 책 속 여행의 동행자로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