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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면규 칼럼니스트 Jun 03. 2024

원칙이 없는 사회

살며 생각하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2년 조금 지난 것 같다. 그런데 득표 차이가 워낙 적어서인지 당선되기 무섭게 야당의 거센 공격에 휘말려 제대로 된 정책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운 생각이 다.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패 용도 때문에 설사 강한 공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실의 야당에 대한 대응 전략은 많이 미흡했다는 게 다수 정치 전문가의 분석 아닌가 싶다.


여권의 여러 문제(김건희 리스크, 의료 개혁, 채 상병 사건 등)와 야당 대표(이재명, 조국)의 사법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향후에도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런 와중에 여권과 야권의 지지자들 마저 편을 갈라 자기편에 대해서는 한없는 이해와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상대 쪽 대표를 향해서는 이론에 가까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비판을 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죄 없는 자 있으면 나와서 저 사마리아 여인한테 돌 던져라"하시던 예수님 말씀을 소환해야 할 지경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에서 법과 원칙이라는 건 들어설 공간조차 없는 것 같다. 조선 시대의 당파 싸움 같은 상황에서 법과 원칙이라는 용어는 지하 창고 깊숙이 갇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말로는 법과 원칙을 얘기하면서 정작 자신들한테 관대한 사회지도층의 인식은 일반 국민에게 빠른 속도로 전염돼 우리 사회 전체를 도덕 불감증의 늪으로 유도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


그러다 보니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고 도주했던 김호중 씨 지지자들 마저 반성 모드를 택하기보다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면서 항변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한쪽에서는 여세를 몰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구호를 들고 나오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정책의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면서 각기 자기 논 물 대기식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원칙이 없는 사회에서 비전을 논한다는 건 어불성설 아닐까 싶다. 지금부터라도 애드리브 보다 법과 원칙이 먼저인 사회를 재 정립해 갔으면 한다.


필자가 1985년 미국 노퍽을 여행할 때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게이트를 닫으면서 "이게 미국이다"라고 말했던 간수 얘기가 문득 생각난다.


"윗 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속담을 소환하면서 사회지도층부터 스스로를 개혁 대상으로 설정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실낱같지만-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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