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면규 칼럼니스트
Dec 14. 2024
인간과 주술(심리적, 사회적 관계)
살며 생각하며
'주술'(magic)은 초자연적인 힘이나 존재를 이용해 인간의 소망을 실현하거나 세상의 현상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정의된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이 자연, 생존, 삶과 죽음 등 불가해한 힘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문화적, 심리적 행위 중 하나이다.
주술은 인간이 자연과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으며, 종교와 과학의 발달 이전에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첫째, 주술의 기원과 인간의 필요
1. 주술의 기원
주술은 인류가 자연 현상과 삶의 불확실성을 이해하거나 통제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 초기 인류의 세계관: 자연현상(예: 천둥, 번개, 풍요와 기근)을 초자연적 힘의 작용으로 인식하며, 이를 다스리거나 조정하려고 시도한 것이 주술의 시작이다.
- 생존과 주술: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사냥의 성공, 질병의 치유, 안전한 삶을 위해 주술적 행위가 행해졌다.
2. 주술의 필요성
- 불확실성에 대한 통제 욕구: 인간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날씨, 질병, 생존 등)에서 안정감을 얻기 위해 주술을 사용했다.
- 심리적 안정: 주술적 행위는 사람들이 두려움이나 불안을 완화하고, 자신감을 얻도록 돕는다.
- 사회적 결속 강화: 집단의식과 주술적 행위는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고, 상호 협력을 촉진하게 한다.
둘째, 주술과 인간의 관계
1. 심리적 관계
주술은 인간 심리의 근본적인 욕구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 마음의 위안: 주술은 불가한 문제(예: 병, 죽음)에 대한 심리적 해답과 위안을 제공한다.
- 플라시보 효과: 주술적 행위는 심리적 신뢰와 기대를 통해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통제감 부여: 주술은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제공한다.
2. 사회적 관계
주술은 사회적 역할과 공동체 내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 주술사(무당, 샤먼)의 역할: 주술사는 초자연적 세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공동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 집단의식: 주술적 행위는 축제, 의식, 종교적 예배에서 집단 결속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활용되었다.
3. 종교와의 관계
주술과 종교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차이점도 존재한다.
- 공통점: 둘 다 초자연적 힘이나 존재를 믿고 의례적 행위를 포함한다.
- 차이점: 종교는 체계적이며 도덕적 규범과 신앙을 포함한 반면, 주술은 특정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개인적, 실용적 행위에 초점을 둔다.
셋째, 주술의 유형
1. 유사 주술
"비슷한 것이 비슷한 것을 불러온다'는 원리에 기반한다. 예) 인형을 사용해 특정 인물에 영향을 미치려는 주술(대표적으로 부두교의 인형, 조선시대 장희빈의 인형)
2. 접촉 주술
"접촉한 것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예) 특정인의 머리카락, 손톱 등을 이용해 주술을 시도하는 행위
3. 부정 주술
특정 행동이나 물건을 금기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재앙이 닥친다고 믿는다. 예) 특정 숫자(13, 4 등)나 행동을 금지하는 풍습
4. 보호 주술
악령이나 재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주술을 말한다. 예) 부적, 주술적인 문양(예: 오방색), 마법의 주문 등
넷째, 주술과 현대 사회
주술은 현대에도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1. 문화적 유산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적 주술이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예, 한국의 굿, 아프리카의 주술사)
2. 대중문화
영화, 소설, 게임 등에서 주술적 요소가 자주 등장한다.
3. 심리적 필요
현대인들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적, 행운의 아이템, "좋은 기운" 같은 주술적 요소에 의존하기도 한다.
4. 과학과 주술의 경계
일부 심리학적, 대체의학적 접근법은 주술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하며 플라시보 효과를 활용한다.
다섯째, 주술 의의와 인간
주술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상상력의 산물로, 다음과 같은 인간적 본질을 반영한다.
1. 통제하고 싶은 욕망
불확실성 속에서도 세상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말한다.
2. 상징적 사고 능력
주술은 상징과 은유를 통해 현실을 초월하려는 인간의 독창적 사고를 보여준다.
3. 사회적 협력
주술 의례는 개인의 욕망을 넘어 공동체의 화합과 안정에 기여했다.
결론적으로, 주술은 과학이나 종교 이전의 시대에 인간이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불확실성을 극복하며,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발전시킨 중요한 문화적 행위라 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주술은 그 자체로 실질적 힘을 갖기보다 심리적 위안과 문화적 유산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주술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불확실성을 대처하며, 공동체를 형성해 왔는지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뒷골목에 있어야 할 '주술''도사' '거사'같은 용어가 최근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있어 시대적 감각을 헷갈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