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같은 대한민국

살며 생각하며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우리 정부와 미국이 '종전선언' 추진 문제로 외교적 삐걱거림이 있는 것 같다. 내년에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남, 북, 미, 중 종전선언 선포의 이상적 무대"로 내심 기대하고 있는 구상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것 같다.


이미 미 공화당 의원들이 "정치적 선언이라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추진하게 되면 한반도 안보가 위험하다"는 경고서한을 백악관, 국무부 등에 보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리 민족은 구한말 국가지도자의 무능으로 국권을 침탈당하는 수모, 그로 인해 일제 치하에서 36년간 모진 고초를 겪었다. 당시 강제징용, 수탈 등 우리 국민이 겪어야만 했던 참기 힘든 고통은 어떤 보상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


놀라운 점은 윤치오 선생이 "한국인은 10% 이성과 90% 감성으로 살아간다. 만약 거리를 누비며 만세를 외쳐서 독립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세상 남에게 종속될 국가나 민족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던 당시와 지금 우리 현실이 별반 다름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이성을 뒤로하고 감성을 앞세운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번에 '한일협정'을 악용한 흡혈귀 같은 '아베'의 야비함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지만 당시 '일본 제품 불매운동' 같은 반일 감정을 앞세운 감성적 대응이 과연 적절했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전혀 이성적, 합리적, 과학적, 현실적이지 못해 국권침탈과 수모를 겪었으면서도 '적산가옥'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하겠다고 하는 발상, 또 그 틈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게 과연 제정신인지 물었던 기억이 새롭다.


요즘 미중 간에 외교마찰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가깝게는 대만해협 문제가 심각한 미중 갈등 문제로 보도되고 있다. 우리는 특수한 사정을 앞세워 미중 갈등 국면에서 이해를 구하려 한다고 하는데 그러다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우려된다.


지금 미국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한다"라고 하는데 우리는 종전선언에 매달려 진퇴양난에 빠져드는 것 같다. 이러다 미국과 중국 중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식자들은 마치 "구한말에 고종이 아관 파천하던 암흑기를 보는 것 같다"며 정부의 종전선언 집착에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 이재명 후보는 현 정권과 비슷한 괘를, 윤석열 후보는 친미 노선을 주창하는 데 유귄자가 누구 손을 들어 줄지 궁금하다.


중요한 점은 설사 중국에서 종전선언을 동의해 준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반대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힘없는 사람 주장이 별 의미가 없다"는 건 상식이기 때문이다.


자칫 후대에서 지금 우리가 구한말 암흑기를 비판했던 것과 같은 비판을 또 하게 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길 소망한다. 냉혹한 국제 현실에서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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