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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정신

Fit to leader -4

by 묵향정원



사냥꾼의 정신(精神)


생계를 위해, 사냥을 위해 튼튼한 두 다리가 보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질주가 본능이요 생존이며 삶이었던 그런 시절에 세렌케티 초원에서

알레스카의 설원에서 표범처럼 날렵한 두 다리로 심장이 터지도록

질주를 하곤 했었다.
주체할 수 없는 본능과 육체적 자유를 위해 바람을 가르며 비를 가르며

들판을 달리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오늘 나는

매끈한 세단에 몸을 싣고 삶의 전쟁터로 흉폭하게 달린다.
그곳엔 잘생긴 외모와 현란한 세치의 혓바닥만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생각이 많아진 커다란 머리, 건조한 눈빛은 오늘의 안녕에 대한 초조함으로
타인의 가슴에 서걱거리며 자꾸 생채기를 만들고 있다.
튼튼한 두 다리, 질주의 본능은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는 곳에 서 있다.

운동만이 호구를 연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최면을 건다
사냥꾼의 본능은 예전에 탈색되고 달리기의 자유로움을 잊은채 무기력하게
퇴화된 근육을 추스리고 있다.
한때는 용맹했던 사냥꾼의 후예답게 신발끈을 힘주어 졸라매고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잘 순응하는 축 처진 뱃살을 가냘픈 두 다리에 위태하게

의지하며 런닝머신에서 서툴게 달리고 있다.


달리는 것은, 운동하는 것은 본능과 역행하며 고독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행위지만 온몸으로 전달되는 심장의 힘찬 고동침과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삶의 무거움에서 잠시 해방을 느낀다.
속박에서 벋어난 무한 자유를 느낀다.
상사의 싸늘한 눈길을 잠시 무력화 시켜준다.
내일의 안녕에 대한 걱정을 잠시 접어둔다.


비록 그 길이 작심삼일의 해방구가 될지라도 꿈에서 만난 선조들의

무한한 자유를 그리워하는 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사냥꾼의 DNA가 날아 있는 한 내일도 달릴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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