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동남아 해외살이
애증의 동남아 해외살이
우리는 당장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
항상 그립고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은 한국이지만, 지금 가고 싶지는 않다.
재작년쯤 오랜만에 휴가 겸 한국에 갔다가 외식한다고 냉면집을 갔는데 서빙 기계가 지정 테이블로 서빙해 주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기서 나는 한 테이블에 음식 나르는 사람 따로, 테이블에 놔주는 사람 따로 있는 식당에 가고, 집에서 가스레인지 쓰려면 가스통 주문해서 쓰는 곳에 살고 있는데 기계가 테이블을 찾아 음식을 가져다주다니! 저것은 로봇인가?
신기해하는 나를 보고 가족들이 그런 나를 더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동남아에 있다 보니 이런 신문물을 접할 기회가 한국보다는 느리다. 가끔은 내가 시대에 뒤처지는 곳에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한국을 떠나 살아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한국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물론 그 안에 치열하고 고단한 삶이 있긴 하지만 살기 좋은 곳임에는 틀림없다. 무엇이든 상향 평준화 되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한국보다는 인프라도 부족하고 발전속도도 느리지만, 그런 곳이라서 틈새가 있고 기회가 있기도 하다. 우린 이곳에서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해본 적이 있던가, 그건 안되지 이미 많은데' 하는 일들도 여기서는 '해볼까' 하게 되는 게 있다.
물론 그렇다고 언제나 기회가 넘쳐흐르고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남의 땅에서 외국인이 돈 벌어먹고사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 이곳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주변에서 안 좋은 얘기들도 종종 들린다.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 들은 말로는 한국에서 자금을 가지고 도전하러 와도 열에 아홉은 망해서 간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돌아보니 이곳에 있는 동안 있던 돈 탕진 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다.
요즘 우린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쉽게 자리를 내어 주지 않아 고민이 많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며 어차피 이곳에서 금방 살다 갈 것도 아닌데 길게 보자 하며 착실히 모으고 기회를 찾아보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 온 이상 한국에서 쉽게 용기 내지 못한 거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돌아갈 계획이 없다. 한번 유지하던 일상의 안정성에서 벗어나보니 무언가를 도전할 때 두려움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이곳에서 항상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적응하는 동안 한국에서 더 해볼걸, 버텨 볼걸 하는 생각을 안 했던 것도 아니다.
적응할 땐 그렇게 힘들더니 가끔 한국에 가면 여기가 집이라고 돌아오고 싶은 걸 보면 나중에 한국으로 아예 돌아가도 이곳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인도네시아어 공부할 때 들은 말인데, 인도네시아에 왔던 사람은 3번 운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처음 왔을 때 울고, 적응하느라 울고, 떠날 때 또 한 번 운다는 것이다. 아직 오래 살지 않았지만 처음엔 감도 안 왔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공감 되는 말이다.
우리는 이곳에 살기로 선택했고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그만큼 자리 잡고 잘 살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 선택이 맞았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다. 우리가 목표한 만큼 잘 되었을 때 기회를 준 이곳에 감사할 것이다.
애증의 동남아 생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루하루 이곳만의 매력을 즐기며 살아야겠다. 한국이건 인도네시아건 두 곳 모두를 애정한다.
잘해보자, 동남아 해외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