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살면서 골프를 배우지 않는 이유

퇴사 후 동남아 해외살이

by Indah




동남아에서 절제하는 삶이란


꽤 최근까지도 나는 경제적 관념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치를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었지만 돈을 모으고 관리하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어디다 썼는지 모르게 줄줄 새어 나가는 타입이었다.


그런 내가 돈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아가면서 예전보다 눈에 띄게 경제관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인도네시아로 이사 오면서부터이다.


이곳에 와서 변한 것이 아니라 돈과 세상에 대해 공부하면서 나 자신이 변한 것이고 이곳에 왔을 때가 그 시점이었을 뿐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본격 적으로 자리 잡고 경제 활동을 시작 한지 3년이 지났는데 매년 총소득의 평균 70-80%를 저축하고 있다. 매 월마다, 해마다 가계부도 쓰고 수입과 지출을 같이 관리하고 정산하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


제목은 골프를 배우지 않는 이유라고 썼지만 사실 골프를 하는 것은 아무 잘못이 없다.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 '나'라는 사람은 골프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는 옷부터 시작해서 풀 세팅을 욕심낼 것이 뻔하기 때문에 시작을 안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돈 드는 취미나 모임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내가 사는 곳은 수도인 자카르타에 비해 인프라가 한참 부족하다. 마트 빼고 어디 나갈 곳도 마땅치 않아 집에만 있는 날이 많은 정말 심심한 동네다. 가끔 지겹고 숨 막히지만 그래서 돈 모으기에는 딱 좋은 곳이다.


나는 돈 쓰는 게 제일 재밌는 사람임을 인정한다. 밥도 나가 사 먹는 밥이 더 맛있고 큰돈은 못써도 자잘 자잘 쓰는 재미로 살던 나였는데.


최소한의 생활비로 살다 보니 정신건강엔 안 좋을지라도 든든한 통장 잔고를 보며 심신의 안정을 되찾기를 반복 중이다.


사람 사는 곳은 거의 비슷해서 비용을 지불하면 더 살기 좋은 곳, 더 편한 생활, 더 즐거운 여가를 누릴 수 있는 건 한국이나 이곳이나 똑같다. 본인의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몸테크를 선택했다. 한 번도 이렇게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달라지고 싶다면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냥 좀 더 쓰고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볼까 싶기도 하지만, 이래서 목표가 있는 것이 중요한가 보다. 예전에는 불가능해 보이던 것이 손에 닿을 듯 말 듯 하니 조금 더 힘내게 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원화가 아닌 루피아를 쓰다 보니 게임 머니 쓰듯이 썼다. 같은 금액인데 이곳에서 쓰면 돈을 쓰는 고통이 덜했다. 지금도 비중을 두자면 원화보다 루피아를 쓸 때 더 죄책감이 없긴 하다.


이제는 돈 모으는 재미를 알아가면서 반드시 정해진 생활비 내에서만 쓰자는 룰이 생겼다.


매 월 생활비를 정해두고 그 안에서는 좋은 곳에 가서 외식도 하고 가끔 호캉스도 하며 숨 쉴 구멍을 만들어 두었다. 동남아 와서 좋은 점은 이런 것들을 즐기기에 한국 보다는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지 오래 지속가능 한 것에 초점을 두는 요즘이라, 가끔이지만 이 정도는 즐기고 산다.


이렇게 3년이 넘는 시간을 살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목표치에 가까워지는 통장 잔고와 늘어가는 요리 실력이다. 잃은 것이 있다면 나의 정신건강 일지도.. 극복 가능한 정도이니 우리에게 옳은 길을 선택하자는 생각이다.


한국이었으면 적어도 나라는 사람은 주변 시선을 신경 쓰면서 지금처럼 절약하는 생활은 못했을 것 같다. 에코백과 쪼리 하나로 버티며 아기 것은 대부분 물려받아 쓰는 지금의 생활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다.


세상에 공짜 없다. 세상은 공평하다.

나이 들수록 이 말만큼 진리는 없는 것 같다. 돈을 가지고 싶으면 안 쓰고 모아야 하는 것이고, 누리고 살고 싶으면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공짜 없고 공평한 세상.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지금 조금 불편하고 절제하는 대신 먼 미래를 선택했을 뿐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원하는 목표까지 절약과 저축이 필수였을 뿐,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 며칠 집에서만 틀어박혀 있는 나와 아이를 생각하며 모든 것이 겹겹이 쌓여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나 회의감이 들면서 가끔 한 번씩 오는 암흑의 시기가 찾아왔다. 우울감이 들면서 아무 의욕도 생기지 않는 무시무시한 시기다.


그럴 때마다 날 잡아주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옆에서 같이 노력하고 참고 있는 남편과 아이였다. 지금은 부족할지언정 아이가 컸을 때 부족한 부모가 되기 싫어 시작한 것이니 끝을 봐야겠다.


절제하며 산다고 해도 가끔은 조금씩 오바해서 쓰기도 하고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정도 온것도 나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남는 것 없이 돌아갈 순 없지 않겠는가. 올해 목표치 채우면 보상으로 발리 여행을 가려한다. 자고로 노력과 보상은 확실해야 한다.


25년도 조금만 더 힘내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