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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실 Jul 30. 2023

크로크무슈를 좋아하세요?

크로크무슈를 좋아하세요?

                                 

아침 산책을 하다 발길을 멈췄다. 구수하고 향긋한 빵 냄새가 솔솔 풍겼다. 커피 한 잔에 갓 구운 빵을 곁들인 브런치를 생각하니 입에 침이 돌았다. 나는 어느새 빵집에 들어섰다. 고소하면서 새침하고 아침 허브를 떠올리게 하는 싱그런 냄새가 나를 끌어당겼다. 주인공은 바삭한 빵 사이에 햄과 야채를 겹겹이 올리는 프랑스빵 크로크무슈.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냄새는 냄새가 아니라 향기다. 나는 향기에 취해 빵 앞을 서성거렸다.

인간의 오감 중 후각만큼 관능적이고 직관적인 게 있을까. 우리는 어떤 장면이나 기억을 종종냄새로 떠올린다. 길에서 스친 사람이 남긴 향기 한 자락이 먼 추억을 소환한다. 그때 우리는 비 오는 골목을 나란히 걸었고 은은히 풍기는 상대의 향기에 스며들었다. 이름과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날의 향기만은 긴 시간을 아직도 설레게 한다. 

빵 냄새를 맡으면 친밀한 감정이 생기고 커피 향기는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 음식 냄새는 행복한 감정과 연결되는 게 많다. 그래서 우리는 한 그릇의 밥을 앞에 두고 몸의 허기보다 먼저마음의 허기를 달래는지도 모른다. 잘 아는 선배 얘기다. 대학 시절 자취방에서 감기로 앓아 누웠다. 며칠을 옴짝달싹 못하다 어떤 냄새에 이끌려 몸을 일으켰다. 누룽지 끓이는 냄새 같기도 하고 푹 끓인 미역국 같기도 했던 그 냄새. 홀린 듯 일어나 냄새를 들이켜고 또 들이켰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기운이 솟았단다. 질박한 집밥과 엄마의 훈기가 그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시각 패권주의에 점령당한 현대사회에서도 후각의 위상은 돌올하다.

현대인들은 향기로 시작해 향기로 마감하는 하루를 보낸다. 공간마다 디퓨처가 있고 가게는 자신만의 향취를 개발해 고객을 붙잡는다. 향기로 말하고 향기로 공감한다. 향기는 이제 자아정체성을 나타내는 강력한 아이템이자 문화 현상이다. 향기와 냄새를 최초로 구분한 인간은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만큼 위대하다.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기억과 감정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게 됐다.

“크로크무슈 좋아하세요?”

빵 향기를 음미하는 내게 누군가 물었다. 구수한 밀 내음 풍기는 목소리였다.               



여시아문 칼럼(불교신문)



고훈실     

동화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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