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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Jun 01. 2016

'가족'이란 무엇인가? <네브래스카, 2013>

<네브래스카(Nebraska), 2013 _ 알렉산더 페인>

<네브라스카 (Nebraska), 2013 _ 알렉산더 페인>
로드무비의 대가를 만나다


알렉산더 페인(Alexander Payne)이라는 영화감독이 있다.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이다. 거의 코엔 형제 수준의 광팬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만든 영화 중 잭 니콜슨의 열연이 돋보이는 황혼의 로드무비 [어바웃 슈미트], <필름 코멘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를 비롯한 각종 영화지가 ‘2004년 최고의 영화’로 꼽은 [사이드 웨이], 조지 클루니 주연의 [디센던트]는 참으로 감명 깊게 본 걸작들이다. 내 수준에서 본다면... 


알렉산더 페인(Alexander Payne)

특히, 폴 지아메티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사이드웨이]는 빔 벤더스와 코엔 형제를 넘나드는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것뿐인가? 그는 인생의 험난한 여정을 다루는 로드무비의 대가이다. 그랬던 그가 영화 [네브래스카]를 들고 찾아왔다. 


건조한 유머와 독특한 영상으로 아버지를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길 위에서 가족의 의미를 묻다


이 영화의 주제는 [세상의 모든 계절]과 아주 흡사한 미국의 우울한 어떤 평범하고 일상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얼마 전 [이니 퀄리티 오브 올]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라서 더욱 가슴 짠한 영화였다. 이 영화가 미국의 백인 중산층이 어떻게 무너지고 병들어 가는가에 대한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그 보고서를 장식한 본 영화의 주제는 아버지와 아들이다. 알콜릭으로 인해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  이제 삶의 끈을 반쯤 내려놓은 만년의 주인공인 우디는... 어느 날, 잡지사의 페이크 복권 찌라시를 들고 상금을 받아야 한다며 온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네브래스카를 향해 무작정 걷는다.


알콜중독과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주인공 우디 그랜트 역으로 열연한 브루스 던

그가 사는 곳에서 네브래스카 링컨시로 가는 길에는 우연찮게도 '호손'이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있다. 그는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며 사고를 치고, 그런 아버지를 위해 둘째 아들이 당신의 마지막 어드벤처를 에스코트해주기 위해 링컨시로 가는 여정에 동참한다. 줄거리는 이게 전부다. 고향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는 가족과 친척, 옛 동료들이 안면 몰수하고 그에게서 당첨금을 노린다는 설정만 빼면...


고향에서 동료들이 보여준 태도는 우리 사회의 비정함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여행을 하면 할수록.... 알콜릭으로 생계는 물론 가족까지 등한시하고 심지어 자신의 자식을 낳은 것까지 부정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심기는 이내 불만의 극을 달한다. 여기에서 알렉산더 페인의 특기가 등장한다. 이 여행을 하며 아들은 그렇게 증오하던 아버지의 인생을 자신이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시간의 여정에 따라 아버지를 점점 이해하게 되는 아들 데이빗 그랜트 (윌 포트)
시선이 바뀌는 순간.. 비로소 알게 된다


이제 영화는 아버지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점점 옮겨가기 시작한다. 철도에서 술에 취해 넘어져 떨어뜨린 틀니를 찾는 장면과 옛 동료에게 뺏긴 컴프레셔를 아들이 찾아준다며 벌이는 해프닝은 이 시선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인생이란 여정은 아마도 반쯤은 그냥 믿고 싶은 '사기행각'은 아닐까 하는 감독의 일면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영화의 주제는 가족애다. 자식과 부모가 그동안의 무관심에서 벗어나 조금씩 시선을 모으고 하나가 되어간다는 진부한 얘기다. 이런 진부한 스토리에서 감독은 아버지의 감추어진 생각이 그렇게 주인공이 무리하게 벌이는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자신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을 가족을 위해 되돌리려는 단 한 가지 시도였음을 보여준다. 그 생각을 결국 깨달은 아들이 할 수 있는 건 너무나 뻔한 결과지만....


블랙코미디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멍청한 사촌들....ㅋㅋ

그렇게 진부한 얘기가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인생들의 대부분의 모습이자 과정이라고 본다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디센던트]에서 조지 클루니가 딸들과의 도저히 연결되지 않는 공감대를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감싸 안았듯이... 이 영화 역시 가족애라는 어쩔 수 없는 희망과 끈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짠한 자아 찾기가 언제나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로드무비가 주는 여전한 즐거움은 반전과 감동이다.

[사이드웨이]와 [언더 더 투스카니 썬], [테익 미 홈] 같은 영화처럼 광활하고 공허하고 의심할 수 없는 지루함이 엄습하는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낙관적 시각만 제거한다면 좋은 사람들이랑 같은 자리에서 함께 공유하며 볼 수 있는 훈훈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아참, 이 영화...... 흑백이다. 


총평 / 스토리의 진부함을 메워준 77세 노인(Bruce Dern)의 정열적인 연기가 빛을 발하는 가족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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