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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Jun 03. 2016

2시간 20분의 난장판 사기극 <아메리칸 허슬>

아메리칸 허슬 (2013) _ 데이빗 O. 러셀

      

<아메리칸 허슬 (2013) _ 데이빗 O. 러셀>
이 영화.... 


197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의 하원의원에 의한 수뢰사건 때 FBI의 함정 수사에 사기꾼 '멜빈 와인버그'가 협력하여 진상을 폭로한 '앱스캠' 작전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2014년 아카데미 10개 부문 노미네이트 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무려 11개 노미네이트 무관으로 끝난 스필버그 감독의 [컬러 퍼플]과 어깨를 견주었으며, 역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가 토사구팽 당한 [남아있는 나날], [쇼생크 탈출] 등과 함께 장렬한 비운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영화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속고 속인다. 심지어 자신까지도... -어빙(크리스천 베일)


영화는 시작부터 강렬한 음악과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사기를 치면서 시작된다. 스틸리 댄(Steely Dan)의 'Dirty Work'가 유유히 흐르고, 거울 앞에서 볼록한 배를 내밀며 '어빙(크리스천 베일)'이 자신의 대머리를 가리기 위해 주변머리를 끌어 모으는 장면은 주인공 사기꾼의 진짜와 가짜를 미리 훑어볼 수 있는 복선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나중에 난장판이 된 사기행각의 절정에서 주인공의 왔다리 갔다리하는 정서적 공황의 반전을 관통하며 수미쌍관법의 극치를 보여준다.  

                                                       

크리스찬 베일의 이런 캐릭터 몰입감...이쁜 역할만 고집하는 누구에게 제발 좀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ㅠㅠ


이 영화 비록 아카데미는 놓쳤지만 영화 전문가들의 준수한 평점이 돋보인다. 그런 이유로 골든글러브 3관왕으로 체면치레는 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 관람객 평점이 호불호를 다투는 이상한 영화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상은 하나도 지루하지 않은데... 지루해서 죽을 뻔하였다는 관객이 의외로 많은 영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봤다.

                                                


이 영화의 감독이 만든 전작 [파이터]도 보았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도 보았다. 이제 데이빗 O. 러셀을 '선댄스 키드' 혹은 '괴짜 감독'이라 부르는 게 머쓱한 일이 된 지금이지만.. [아메리칸 허슬]은 지금까지의 그의 영화를 총정리하는 신작 영화가 될 판이었다. 2013년 실버라이닝이 7개 부분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제니퍼 로랜스가 여우주연상만 거머쥐고 조용히 퇴장했는데... 2014년에는 무려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놓고 하나도 못 받고 그냥 쓸쓸히 짐 싸서 퇴장했다. 자꾸 강조하는 이유는 정말 신기해서다. ㅋ


배우들의 연기, 잘 짜인 플롯, 적재적소의 OST는 상을 못받은게 이상할 정도다


그렇다면 진짜 영화가 그 정도였을까? NO! 절대 그렇지 않다. 적어도 <노예 12년>보다는 백배 더 재미있고... 무엇보다 1970년대를 음악으로 완벽하게 재현해 낸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며,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놀랄만한 건... 미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당연한(?) 활약들이다. 전작 [쓰리 킹즈]에서 조지 클루니랑 촬영 현장에서 육박전 혈투를 벌일 정도로... 촬영 스타일이 남다른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천 베일과 브래들리 쿠퍼, 에이미 아담스,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니로는 언제나 단골 캐스팅이다.


이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스크린 전체를 점령하는 쓰나미처럼 강력하다 


게다가 영화 중에 한 번의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호흡이 빠른 영화는 아니기에 많은 관객들이 지루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니퍼 로랜스의 미친 연기에... 홀라당 빠진 본인은 극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진짜 그녀의 면상에 주먹을 갈기고 싶어 지기도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먹을 불끈불끈 쥘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살벌하게 리얼했다. 

       

영화 내내 제니퍼 로렌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녀는 천재다.
"휴.... 연기가 너무 뛰어나..."


감독의 영화적 해석과 의도가 주연배우들의 환상적인 캐릭터에 녹아내려 파라핀 물줄기로 변화하고 있음에... 단 일초도 지루하지 않고 몰입이 가능했던 영화다. 1970년대 미국의 전형적인 사기꾼과 그를 이용한 정부기관 FBI의 밀약을 그리는 이 영화에서 우리가 감동을 받을 부분은 별로 없지만 속고 속이고 또 속아주는 척하고 그러다가 실제로 속기도 하는... 우리 인생살이의 적나라한 단면을 세밀하고 밀도 있게 그려내면서도 전혀 불쾌하지 않고 유쾌하게 이야기 전개를 꼬아준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영화는 단연 재미지고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크리스천 베일의 배역에 따른 고무줄 몸무게는 실로 경이롭다...


10점 만점에 8점 준다. 솔직히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 바로 크리스천 베일이라는 극히 주관적인 견해까지 덧 입힌다 해도 전혀 과한 별점은 아니다... 아메리칸 사이코에서의 그 미친 연기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이 영화 속에서도 그의 약간 돌아이 같은 정신 편력을 엿볼 수 있어서... 그래서 늘 고맙다...


한 줄평 : 숨쉴 수 없이 웃기다고 고급 유머가 아니듯이.. 꼭 진실을 말해야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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