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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Jun 18. 2016

늙는다는 것은 <움베르토 디,1952>

움베르토 디 (Umberto D.1952) _ 비토리오 데 시카

<움베르토 디 (Umberto D.1952) _ 비토리오 데 시카>


"노년기란 오히려 존경받아야 할 시기다"


로마시대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라는 저서 중 등장하는 말이다. 하지만 비토리아 데시카 감독에게 이 말은 같은 이탈리아의 땅을 밟고 살아간 다른 시대의 누군가가 떠벌리는 낭만적인 이론일 뿐이다. 이 영화는 2차 대전 종전 후 역사, 경제, 정치적으로 힘든 고난의 시기를 거쳐가는 이탈리아의 어느 시기에 마주 선 주인공 움베르토의 노년에 관한 참담하지만 감동스러운 이야기다. 


주인공 움베르토는 은퇴를 하고 애견 플레이크와 소박한 노년을 꿈꾸지만... 


[자전거 도둑]이란 영화로 더 많이 알려진 이태리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움베르토 디(Umberto D.1952)'. 이 작품은 1952년도 작품으로 흑백 영화인데 카를로 바티스티(주인공 움베르토 역), 마리아- 피아 가실리오, 멤모 카로테누토가 출연한다.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일상적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연작이다. 



비토리오 데 시카는 이 작품을 주인공 움베르토의 모델이기도 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헌정하였다. 이탈리아를 부정적으로 표현하였다는 이유로 해외 배급이 금지되었고 자국 내의 흥행에서도 실패하였으나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나타낸다는 네오리얼리즘의 원칙을 완벽하게 구현한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움베르토 역 카를로 바티스티는 거리에서 데 시카 감독에게 섭외되었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감독의 의도에 따라 움베르토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감독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은퇴 후 연금생활을 하는 움베르토가 처한 삶의 위기를 담담하지만 가슴 아프게 묘사한다. 이젠 나이가 들어 거동도 불편해지는 움베르토는 가난하지만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처한 상황은 그의 생존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궁핍한 생활의 연속이다.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이 꺾이는 상황이다. 그는 존엄을 원하지만.. 세상은 그의 존엄을 그대로 두지 않고 철저하게 붕괴시킨다. 


이 영화중에서 가장 가슴이 쓰리고 처절한 장면으로 눈물이 핑 돌던 장면이다. 스포방지...ㅠㅠ


나이가 젊으면 어디 가서 일이라도 하건만, 이제 그는 일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다. 자존심만 구기면 광장에서 구걸이라도 하겠지만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적당한 삶의 이력이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집주인은 집세를 올려달라고 닦달하고 가난한 움베르토는 밀린 집세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아버지의 허전한 뒷모습을 부각하는 감독의 짠한 마음이 간간히 영상으로 보여진다.


결국 움베르토는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애견 '플릭'을 어디엔가 맡기고 자살을 시도하려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열심히 살아왔고 또한 열심히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마감하고자 하는 어느 노인의 안타깝고 버거운 일상이 굉장히 묵직한 업보로 다가오는 영화다..


그가 삶을 다시 돌아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애견 '플릭' 


1952년에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이 대단하다. 그의 영화 '자전거 도둑'은 정말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파서 울적했다면 이 영화는 진심으로 나의 노년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첫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자막이 오랫동안 나의 가슴을 짓눌렀다.

"이 영화를 나의 아버지께 바친다"

한 줄평 : 우리 모두의 아버지를 뒤돌아보게 만든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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