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Shelter (2011), 제프 니콜스
2011 칸느영화제 비평가주간상 수상
2011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후보
마을을 빨아들일 듯이 하늘 가득 뒤덮고 있는 구름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자신의 마당에 대피소를 건설하는 한 남자의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다룬 이 영화는 아칸사스 리틀 록 출신의 제프 니콜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자신의 두 번째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은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마이클 섀넌과 <인터스텔라>의 케이티 믹슨이 주연이다. 러닝타임이 2시간(120분)으로 다소 긴 편이다.
이 영화 어렵다. 감독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와는 별개로 영화의 전개가 무척 심오하고 진지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전개 방법은 거의 '히어애프터'류의 수준과 비스무리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가족과 일상에서 시작해 개인의 삶의 공간, 주변 친구들, 커뮤니티를 두루 건드리면서 일상의 조각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다루고 있다.
말을 못 하는 아이를 가진 성실하고 일상적인 미국의 중년 남자 커티스. 그의 엄마는 조현병이라는 생소한 착시, 착란 현상 증후군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영화는 말할 수 없는 기본적인 유전 관계의 설정에서 시작해, 본 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유전적 질병으로 옮겨와 주인공의 시각에서 아내와 집단 그리고 사회의 동료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무자비하게 낚아내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실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성실하기만 하면 너무나 평온한 일상이며 사회적 대인관계도 역시 그렇다. 감독은 우리의 이러한 일상적인 노멀 한 가정환경과 사회적 위치들이 지니는 내재적 공포가 얼마나 심대하고 자족적이며 위기에 처해있는지를 주인공의 내적 심리상태의 설정을 통해 아주 리얼하고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과 포만감, 가정의 안락함은 그야말로 진정한 꿈일 수 있으며 실제의 공간은 가공할 공포와 착란으로 인한 우울한 배신 그리고 격리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접점들로 가득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몹쓸 병의 유전병 그리고 오랜 직장에서의 가차 없는 해고,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아내의 의심과 실망. 이 모든 것은 우리 주변에서 잠재되어 보이지 않는 뇌관으로 조용한 영화적 서스펜스를 이룬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또다시 꿈으로 결말지어진다. 그가 말하는 행복은 모두가 믿는 것이거나 혹은 모두가 믿지 않는 부정의 선언으로 잔인하게 끝이 난다. 놀라운 연기와 행간을 뒤흔드는 복선과 암시들. 오래간만에 눈이 번쩍 뜨이는 영화를 보았다. 강추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