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모토리 Aug 07. 2016

신념이 불가능을 이길 때 <콘-티키,2012>

콘-티키 (Kon-tiki), 2012

<콘-티키 (Kon-tiki), 2012, 감독 요하킴 뢰닝 & 에스펜 샌버그>


노르웨이 오슬로에는 1947년 노르웨이의 탐험가이자 인류학자였던 토르 헤위에르달(Thor Heyerdahl)이 태평양을 횡단하는 데 사용했던 발사나무(balsa)로 만든 뗏목인 콘티키(Kon-Tiki)호와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토르 헤위에르달(Thor Heyerdahl)


배의 이름은 '콘티키'로 잉카제국의 언어로 '태양신'을 의미한다. 헤위에르달은 동료 5명과 함께 1947년 4월 28일부터 같은 해 8월 7일까지 기원전 잉카제국에서 사용했던 뗏목을 재현한 이 배를 타고 페루를 출발해 태평양의 해류와 바람만을 의지하는 8,000㎞의 항해 끝에 폴리네시아의 투아모투 제도에 도착했다. 


발사나무(balsa)로 만든 뗏목인 콘티키(Kon-Tiki)호


그의 탐험은 원시인들도 대양을 건너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남태평양 제도에 살고 있는 폴리네시아 인들이 남아메리카에 살았던 사람들이 건너갔다는 자신의 학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라 실화이다. 그 무모한 탐험의 주동자는 토르 헤위에르달(Thor Heyerdahl)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재난 어드밴처 영화들을 우리는 익히 많이 봐왔다. 


시베리아에서 인도까지 걸어간 위대한 여정의 포로수용소 탈출기인 <웨이 백>, 스위스 북벽 위에서 나치즘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싸늘하게 매달려 죽어간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노스페이스: 내 사랑 아이거>, 비행기 사고로 안데스 산맥인가에 추락해 인육을 먹으면서 버티고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 <얼라이브> 등등...

위의 영화들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스케일이면 스케일, 구성이면 구성, 연기면 연기..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좋았던 명작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리얼리즘을 극대화하는데 효과적인 면도 있지만, 지나치게 과장하면 되려 역효과가 있기 마련인 법인데...



이 영화 <콘-티키>는 이런 면에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를 거의 찜 쪄먹는 스케일과 탄탄한 구성 그리고 놀라운 카메라 앵글로 이를 간단하게 극복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상에 압도되어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기도 했다. 생태학자들도 보기 힘들다는 고래상어를 C.G로 재현했을 거라고는 믿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등장시키질 않나, 바다 한가운데서 상어 떼에 둘러싸여 죽을 뻔한 사건을 보여주는 씬은 심지어 죠스를 능가한다. 110일 동안 남자 6명이 조그만 뗏목을 타고 태평양 횡단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는 그야말로 자살행위임에 다름없다. 더구나 장비도 열악한 1947년도엔 상황이 오죽했으랴... 



망망대해... 남적도를 향해 흐르는 해류를 타지 못하면 그들은 갈라파고스 군도의 그 악명 높은 식인 파도에 모두가 휩쓸려 사망했을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당시의 주인공들이 그렇게 호기스러웠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생각해 보면 이런 배짱도 없다면 애초에 뗏목을 타고 폴리네시아까지 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 '폴 스베레 하겐'


혼자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영화를 통해 오래간만에 나 자신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운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가 스스로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된 지난한 여정의 끝에 그는 자신이 무엇이고 또 누구이며, 대체 어디서 왔는지를 깨닫게 되는 여행으로 바뀌었음을 안다. 그리고 그 순간 영화는 모두에게 엄숙한 공감대를 선사한다. 그리고 덩달아 우리 역시 깨닫는다. 이게 바로 여행이자 삶의 여정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까지도...용기와 믿음 그리고 오만과 방자는 역시 한 끗 차이다.


콘티키호에 승선한 6명의 멤버들이 탐험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