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나이스(Mr. Nice) 2012_ 버나드 로즈>
한 남자가 무대에 오른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고 청중들에게 묻는다
"이 중에 혹시 사복경찰 있습니까? "
그렇게 영화는 뜬금없이 시작된다. 이름은 하워드 막스, 43개의 가명, 89개의 전화번호.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25개의 회사와 네트워크. FBI의 블랙리스트이자 CIA, 마피아, MI6 멤버들의 파트너! 20세기 모두가 원했던 그 이름, “미스터 나이스”.
이 영화는 20세기 희대의 마약왕, 하워드 막스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그리고 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만큼 리얼한 구성과 사건 전개가 돋보인다. 내추럴의 신세계 '테이킹 우드스탁'을 보신 분이라면 또 한 번 마리화나의 시신경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수작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며, 초반 복고풍의 아름다운 웨일스 흑백 풍경은 영국 영화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배낭에 도시락을 넣고 백두대간의 여기저기 험난한 능선을 트랙킹으로 달려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토리와 표현기법들이 잘 통할지가 의문인 영화이기도 하지만 영화 중간중간에 흘러나오는 딥 퍼플과 존 레넌의 음악은 지루할 틈을 주진 않을 듯하다.
하워드 막스는 웨일스의 작은 마을에서 왕따를 당하던 범생이었다. 그에게 찾아온 첫 기회는 옥스퍼드 입학.. 하지만 옥스퍼드에서 그가 치러야 할 앞으로의 고난한 인생 첫 장을 드라마틱하게 만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마리화나...
"난 마약 안 하는데..."
"미친놈, 이게 뭔 마약이야, 이건 그냥 풀이야 인마.. 완전한 식물 추출물이라고. 너네 엄마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보다 더 깨끗한 거야.. 병신아 "
하워드는 대학시절 초보 드럭 쟁이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정을 꾸미고자 교사가 된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이미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교사이면서 스파이, 작가, 대변인, 돈세탁 전문가, 마약 감별사, 핵물리학자 등 천의 얼굴로 남부 웨일스의 작은 광산마을을 시작으로 옥스퍼드를 거쳐 독일, 런던, 파키스탄, 태국, 마닐라를 지나 미국에 이르기까지, 짜릿한 희열로 가득한 인생을 걸어온 그의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에 담겼다.
영화는 대단히 흥미롭고 스릴 넘치게 진행된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정말 이러한 인생이 있을 수도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번져나간다.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스포일러가 들어있어 말하긴 그렇고 영화 전편에 등장하는 재밌는 명언들이 가슴속 절절히 남아 여운이 가시지 않으므로 잠깐 소개한다.
첫째, 법망을 비웃으며 교묘하게 늘 체포 선상에서 빠져나가던 하워드 막스가 드디어 경찰의 제대로 된 수사망에 걸려 엄청난 실형을 살 처지에 놓인다. 여기서 그의 유죄를 인정하는 판사의 선고가 1970년대 중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히 수준급이다.
"마리화나는 연방법에 의해 범죄행위로 처벌되고 있습니다. 마리화나 관련법이 사실상 현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우스꽝스럽고 말도 안 되는 법이라고 해도 판사인 입장에서 본인은 피고의 범죄행위를 묵과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다음과 같은 판결을 선고합니다.... 쾅쾅쾅"
둘째, 하워드 막스가 젊은 시절 엄청난 헤시시 밀매를 아프카니스과 파키스탄으로부터 공수해 올 때, 그의 아내는 그가 경찰에 검거될 것을 우려해 그만 조직에서 손을 떼길 간절히 원한다. 하워드는 그런 아내에게 조용히 이렇게 말한다.
"마약과의 전쟁이라고? 이게 말이나 되냐고, 아무리 정부가 할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식물과 전쟁을 하겠다니.. 이게 납득이 가냐 이 말이야... 식물과의 전쟁을 하겠다니.. 젠장, 정부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그리고, 마지막 무대...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온 에필로그 무대. 카메라 앵글은 여전히 무대 뒤에서 청중을 대하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막 그 긴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고 말을 맺는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객석에 혹시 사복경찰 계십니까?"
사람들이 와르르.. 웃자.. 그가 마지막 말을 뱉고 마리화나를 꺼내 불을 붙인다....
(마지막 대사는 직접 들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