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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Aug 30. 2016

마리화나보다 더 짜릿한 인생 <미스터 나이스>

<미스터 나이스(Mr. Nice) 2012_ 버나드 로즈>

<미스터 나이스(Mr. Nice) 2012_ 버나드 로즈>


한 남자가 무대에 오른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고 청중들에게 묻는다     


"이 중에 혹시 사복경찰 있습니까? "     


그렇게 영화는 뜬금없이 시작된다. 이름은 하워드 막스, 43개의 가명, 89개의 전화번호.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25개의 회사와 네트워크. FBI의 블랙리스트이자 CIA, 마피아, MI6 멤버들의 파트너! 20세기 모두가 원했던 그 이름, “미스터 나이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하워드 막스, 일명 미스터 나이스다


이 영화는 20세기 희대의 마약왕, 하워드 막스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그리고 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만큼 리얼한 구성과 사건 전개가 돋보인다. 내추럴의 신세계 '테이킹 우드스탁'을 보신 분이라면 또 한 번 마리화나의 시신경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수작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며, 초반 복고풍의 아름다운 웨일스 흑백 풍경은 영국 영화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워드 막스를 연기한 배우 리스 이판


배낭에 도시락을 넣고 백두대간의 여기저기 험난한 능선을 트랙킹으로 달려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토리와 표현기법들이 잘 통할지가 의문인 영화이기도 하지만 영화 중간중간에 흘러나오는 딥 퍼플과 존 레넌의 음악은 지루할 틈을 주진 않을 듯하다.     


아내 역 주디막스를 열연한 클로에 세비니


하워드 막스는 웨일스의 작은 마을에서 왕따를 당하던 범생이었다. 그에게 찾아온 첫 기회는 옥스퍼드 입학.. 하지만 옥스퍼드에서 그가 치러야 할 앞으로의 고난한 인생 첫 장을 드라마틱하게 만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마리화나...     


"난 마약 안 하는데..."     
"미친놈, 이게 뭔 마약이야, 이건 그냥 풀이야 인마.. 완전한 식물 추출물이라고. 너네 엄마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보다 더 깨끗한 거야.. 병신아 "     


그의 전세계 24개의 마약밀매조직은 옥스포드에서 마닐라 심지어 파키스탄까지 이어져 있었다.


하워드는 대학시절 초보 드럭 쟁이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정을 꾸미고자 교사가 된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이미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교사이면서 스파이, 작가, 대변인, 돈세탁 전문가, 마약 감별사, 핵물리학자 등 천의 얼굴로 남부 웨일스의 작은 광산마을을 시작으로 옥스퍼드를 거쳐 독일, 런던, 파키스탄, 태국, 마닐라를 지나 미국에 이르기까지, 짜릿한 희열로 가득한 인생을 걸어온 그의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에 담겼다.      


영화는 대단히 흥미롭고 스릴 넘치게 진행된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정말 이러한 인생이 있을 수도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번져나간다.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스포일러가 들어있어 말하긴 그렇고 영화 전편에 등장하는 재밌는 명언들이 가슴속 절절히 남아 여운이 가시지 않으므로 잠깐 소개한다.     



첫째, 법망을 비웃으며 교묘하게 늘 체포 선상에서 빠져나가던 하워드 막스가 드디어 경찰의 제대로 된 수사망에 걸려 엄청난 실형을 살 처지에 놓인다. 여기서 그의 유죄를 인정하는 판사의 선고가 1970년대 중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히 수준급이다.     


"마리화나는 연방법에 의해 범죄행위로 처벌되고 있습니다. 마리화나 관련법이 사실상 현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우스꽝스럽고 말도 안 되는 법이라고 해도 판사인 입장에서 본인은 피고의 범죄행위를 묵과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다음과 같은 판결을 선고합니다.... 쾅쾅쾅"     


의료용 마리화나.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둘째, 하워드 막스가 젊은 시절 엄청난 헤시시 밀매를 아프카니스과 파키스탄으로부터 공수해 올 때, 그의 아내는 그가 경찰에 검거될 것을 우려해 그만 조직에서 손을 떼길 간절히 원한다. 하워드는 그런 아내에게 조용히 이렇게 말한다.     


"마약과의 전쟁이라고? 이게 말이나 되냐고, 아무리 정부가 할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식물과 전쟁을 하겠다니.. 이게 납득이 가냐 이 말이야... 식물과의 전쟁을 하겠다니.. 젠장, 정부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그리고, 마지막 무대...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온 에필로그 무대.  카메라 앵글은 여전히 무대 뒤에서 청중을 대하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막 그 긴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고 말을 맺는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객석에 혹시 사복경찰 계십니까?"     


사람들이 와르르.. 웃자.. 그가 마지막 말을 뱉고 마리화나를 꺼내 불을 붙인다.... 



(마지막 대사는 직접 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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