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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y 06. 2017

연휴영화 <빅쇼트><히말라야><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

빅쇼트 (The Big Short) 



영화처럼 실제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몰락을 예측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끝을 보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심지어 국가가 금융과 자본을 사회주의식 방법으로 구제하는 것을 목도한다. 모럴 해저드의 끝은 자신들이 판 파생상품의 판매부도용 스왑으로 가장 먼저 이익을 챙기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가 모기지 파생상품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면.... HBO가 제작한 'TOO BIG TO FAIL(투 빅 투 페일)'을 함께 보면 이 강력한 경제위기를 미국 정부가 어떤 커넥션으로 대처하는지가 징글맞게 다가올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당시 산업은행이 실제로 리먼 브라더스 인수를 결정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꼭 함께 보시길....     


히말라야



상식 밖의 현장 장면으로 감정이입이 몹시 힘들었다. 8천 m에서 고함치고 고글을 벗고, 심지어 산소통도 없다. 이런 영화가 관객 동원 7백80만을 육박한 것은 한마디로 리얼리즘보다는 정서적 기반에 기댄 결과다. 하지만 이건 영화니까... 뭐라 할 수도...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한다면 영화의 주인공은 엄홍길보다는 백준호를 택했을 것 같다. 휴먼원정대는 사실 엄 대장이 기획했지만 현장 수습은 셸파들이 했다. 계명대 에베레스트 원정대장 배해동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영화로 나온다는 말은 오래전에 들었어요. 나는 준호가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영화는 영화니까.. 준호는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무택이를 구하러 갔어요. 준호가 산악인 최초의 의사자(義死者)란 사실은 알고 있지요?”     


‘히말라야’에서 백준호는 배우 김인권, 박무택은 정우가 연기한다. 백준호는 털털한 산악인이었다. 선후배는 물론 주위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미련 곰탱이’로 불렸을 정도였다.     


“준호는 무택이를 데리고 내려갈 수 없다는 걸 알았죠. 대신 무택이가 운명할 때까지 기다렸을 겁니다. 그러다 때를 놓친 거죠.”      


이튿날 같은 루트를 지나던 셸파들이 무택의 시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백준호의 배낭을 발견했다. 옷은 가지런히 개어져 있었다. 산에서 저체온증으로 실종된 사람들에게 발견되곤 하는 이상 행동이다. (영화 에베레스트에서도 이런 상황이 나온다) 사실 백준호는 박무택을 위해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간 것이다. 지금 그를 생각하니 영화와는 별개로 울컥한다.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 2013' 



우리는 흔히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를 접하면 그 이야기가 더욱 그럴듯해 짐을 느낀다. 예로 코엔 형제의 1996년작 영화 '파고'는 이런 점에 착안해 미네소타주 파고에서 벌어진 사건을 실화라고 포장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이를 실제로 착각해 2001년 직접 파고를 방문해 돈가방을 찾으려던 어떤 여인이 있었다. 문제의 여인은 바로 일본의 고니시 다카코다. 데이비드 젤너 감독은 이 믿기지 않는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실화가 아닌 이야기를 실화로 포장해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를 보고 실화로 생각해 현장을 찾아간 웃지 못할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사실 영화가 이 지경까지 가면 현실과 상상력의 경계는 쉽게 무너지고 일상은 판타지의 무대로 변이 한다. 심지어 감독은 주인공 쿠미코를 파고의 무대에서 한 단계 올려 숲 속을 헤매는 빨간 망토 차차로까지 바짝 밀어붙인다. 제 30회 선댄스 최고의 영화로 심사위원상에 빛나는 이 영화는 외로운 일상에서 항상 탈출하고자 하는 모든 평범한 이들에게 실화 같은 판타지의 경험을 공유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를 걱정하지 않고도 영화를 끝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기묘하고도 낯선 체험이다. 일생에서 자신만의 삶의 보물을 하나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정신이 좀 나간듯한 쿠미코를 안 쓰럽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대지의 소금(Salt of the Earth). 1954/ 허버트 J. 비버만     


인간이 느끼는 입 맛의 가장 전형적인 맛은 단맛과 짠맛이다. 인류에게 있어 설탕과 소금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유독 이 맛의 연원은 인류 착취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단맛의 설탕이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식민지배사의 결정적 단초 역할을 하고 있다면 소금은 인류 문명의 시작이자 부와 착취 그리고 혁명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아는 소금의 지배사적 역사를 인간의 계급과 차별의 문제의식으로 치환해 인간 존재의 이유를 밝히고자 하는 빛나는 문제작이다. 



1951년 미국 뉴멕시코주의 아연 광산에서 있었던 광부 파업을 바탕으로 노동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적 소수자인 멕시코계 미국인과 가부장제 속에서의 여성 차별을 함께 다루고 있다. 산상설교에서 하느님의 아들을 지칭하는 '땅의 소금'을 매카시 시대에 차별받는 당시 사회의 밑바닥을 버티고 있던 이들로 극명하게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로는 감독과 제작진, 배우들이 모두 블랙리스트로 탄압받던 이들이 만든 블랙리스트 영화로 1965년까지 미국 내에서 극장 상영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여주인공 역의 멕시코계 여배우 로사우라 레부엘따스는 영화를 찍은 뒤 공산주의자로 찍혀 멕시코로 추방당했고, 허버트 비버만 감독 역시 당시 매카시 선동으로 인해 감옥에 투옥된 10명의 감독 중 한 명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55년 프랑스 아카데미가 최우수 작품상을 수여한 수작으로 추앙받았으며 이후 1992년 미국 의회도서관의 영구보존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노동법 개악으로 이 땅 위의 소금 같은 노동자들을 모두 재벌 기득권의 노예로 전락시키고자 노력하는 기만적 책략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 영화의 문제성은 전혀 퇴색하지 않고 우리를 지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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