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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Jan 17. 2018

때론 가슴을 쳐봐야 소용없다 <어둠속의 댄서,2000>

<어둠 속의 댄서 (2000)_라스 폰 트리에>

<어둠 속의 댄서 (2000)_라스 폰 트리에>

<어둠속의 댄서 (2000)_라스 폰 트리에>


일반적으로 문학이나 영화 중 세간의 화제나 주목을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을 통틀어 문제작(controversial film)이라 한다. 이런 문제작을 무려 3부작 시리즈에 걸쳐 만든 감독이 있다.  바로 라스 폰 트리에다. 본 작품은 <브레이킹 더 웨이브>와 <백치들>에 이어 마지막 편에 속한다. 

    

체코에서 이민 온 가난한 노동자 셀마(비요크)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 가면서도 뮤지컬 같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같은 병을 앓는 아들 진이 장님이 되기 전에 눈을 수술해 주는 것. 셀마는 밤낮없이 일해 수술비를 거의 다 모으지만 믿었던 이웃이자 경찰인 빌(데이비드 모스)이 그녀의 돈을 훔쳐 가는데.... 



이 영화는 삶이라는 현실적 배신과 고통, 그리고 모성애라는 감정들 속에서 극한에 다다른 한 여인이 처절하게 보여주는 비극적 드라마와 그 반대편의 정점을 찍는 화려한 뮤지컬이 교차되며 관객의 넋을 빼놓는다. 내가 아는 지인 중 한 분께서는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영화를 꼽는다고 말한 바 있다. 


<어둠 속의 댄서>가 이처럼 많은 이들에 의해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적인 신파를 넘어서는 비극적 서사를 통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감정을 벼랑 끝까지 밀어 올렸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뮤지컬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의 구성도 그렇거니와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상상과 현실의 이중적인 이미지는 주인공이 지닌 감정적 선을 훌륭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영화적 매력을 더욱 이끌어내는 동력은 배우다. 실제 가수 출신이자 배우로 뮤지컬과 연기 모두 완벽하게 해낸 셀마 역의 뷔요크, 셀마의 친구로 등장한 프랑스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는 관객들이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게 하는 환상적인 연기의 백미를 보여준다.

     


수많은 관객들이 혹은 나 역시도 이 영화를 보고 분노를 넘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는 영화의 전편에 흐르는  비극적 드라마가 선사하는 무기력, 무 대책증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할리우드의 영화적 기교 대신 100대의 카메라가 선사하는 놀라운 영상적 카타르시스가 관객들이 지닌 감정적 선을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비극적 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분노 게이지를 최극상까지 올려놓은 다음, 폭발하듯이 터지는 리드미컬한 뮤지컬을 삽입함으로써 관객으로서의 나라는 주체를 무장해제시킨다. 하지만 감독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그 방식에 덩달아 너덜너덜 너울대게 만든다.     



감독은 묻는다. 우리의 삶은 공평한가? 아니면 잔인한가? 생각하기에 따라 그 존재방식은 허물어졌다가 새롭게 정립된다. 어둠 속의 댄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것을 즐기는 그녀, 분노했지만 이미 모든 것을 용서한 그녀의 울림으로 이미 인간이란 존재의 본질 속으로 슬며시 다가온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내 자신이 가난한 이민자의 신분은 아니지만 감독이 상징하는 '무리에서 철저히 소외된 주인공'의 처지를 내 삶에서도 한번쯤 만나게 된 것에 소스라치게 전율을 느꼈다. 도저히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다가 영혼이 털리며 순수해지는 막연한 느낌. 그것은 결국 주인공이 벼랑 끝에서 기어이 터져버린 꿈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애버트는 이 영화를 보고 "two thumbs way up!!" 이라며 평점의 별이 부족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당장 감상하시고 나라는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실 것을 제안한다.      


"난 어둠과 빛을 보았어요. 조그만 섬광 속에서요. 내가 선택한 것도 보았고 내가 선택하지 못한 것도 보았죠. 내가 원한 것도 보았고  원하지 못한 것도 보았어요. 모든 것을 다 보았으니 이젠 볼 게 없답니다. 더 바란다면... 욕심이 지나친 거겠죠."

-영화 속 뷔요크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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