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와 바스퀴아

무려 16년 전 점심 먹다가 문득 든 잡생각

by 다모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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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무리 지어 다닐 때 바다는 평화롭고 안락한 휴식처이자 일상이었다. 그들은 베타판이 아니었고 오로지 주인공들이었지만 무리 지어 다닌다는 것 때문에 항상 개개의 존재는 묻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간혹 누군가 불만을 제시할 만도 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언어소통으로 만족하고 있었고 인간처럼 무한한 확장성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의 두뇌능력만 있다면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들은 살아가는 일상이 곧 전투이고 법칙이고 생존의 본능이었다. 스스로 알맞게 판단하지 못하는 그들을 평가하는 작업은 언제나 그들의 생존 상태인 바닷속이 아니라 죽음을 뜻하는 땅 위에서 이루어졌다. 먹이사슬에 얽혀있는 세상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에게 인간적인 정을 보내고 때로는 매몰차게 잡아먹기까지 한다.

알 수 없는 사람들. 일상에 존재하는 가장 간단한 사실에 여러 가지 억지 관념을 개입시켜 바라보는 시각을 복잡하게 만든다. 문학, 세계사, 철학 그리고 자연사 생태계..... 살아있는 모든 것을 그들의 뜻대로 해석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위험한 숭배는 이제 극에 달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공상을 만들어 내며 버추얼 한 미래사회를 동경하게 만들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가장 솔직하고 절실하게 알 수 있는 바닷속에 내버려져 있는 가난한 이 고등어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 나는 오늘 점심 반찬으로 고등어를 먹었다.

사실 뭍에 나와 가장 빨리 썩어 문드러지는 놈이 바로 이 고등어다. 그래서 배위에서 이놈을 잡을라 치면 재빨리 소금으로 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도 진동하는 비린 내음. 나는 생선 비린내를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상태 그대로인 그들의 썩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오해일 수 있다. 본질에 대한 혹은 사물에 대한 왜곡된 전례..... 난 고등어를 한 점 집어먹으며 그들의 살점으로부터 오는 절규를 읽는다. 그대로 제발 오해하지 말고 소금을 절여 먹더라도 우리의 자존심은 살려내 달라고..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나는 스스로 나를 조금씩 씹어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숟가락을 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그대로인 것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 장자가 느낀 나무 아래의 그림자 속 세상이 진실인가.. 아니면 모네가 보았던 햇빛 부서지는 나루터에 대한 고찰이 과연 진실인가? 아니면 장 미셸 바스퀴아가 약을 하고 본능 그대로 느낀 여러 가지 색깔의 곡선들이 그러한가? 우린 일상에 대해 너무나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점심 먹고 난 후 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곧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점심메뉴로 고등어가 아닌 돼지갈비가 나왔다면 나는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 일상이 아니라 술 생각이 났겠지. 이런 나도 정상은 아니다. 오늘 너무 일을 열심히 했나 보다. 내일은 놀아야지. 아니면 계속 놀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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