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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Aug 03. 2018

세상을 바꾸는 철학, 그 거대한 시작 <청년 마르크스>

청년 마르크스 (2017, 라울 펙 감독)

청년 마르크스 (2017, 라울 펙 감독)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개봉된 <청년 마르크스>. 영화는 1943년부터 1948년에 이르는 5년 동안, 그러니까 20대 후반의 마르크스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그리고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생나무를 거두어 가려면 살아있는 나무에서 폭력적으로 잘라내야 한다. 하지만 죽은 나무를 줍는 건 아무 재산도 침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재산에서 이미 분리된 죽은 나무조차 재산으로 간주된다. 이 본질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행위는 모두 절도로 간주되어 나무 줍는 이들은 무자비하게 처벌되고 있다.'



젊은 마르크스가 라인 신문의 주간으로 있을 때 기고한 '목재 절도 단속법에 대한 토론'을 프롤로그에 사용한 것이다. 당시 마르크스는 주인이 있는 나무에 붙은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고목이나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운 사람까지 절도범으로 엄벌에 처하는 것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19세기 초 유럽은 이미 근대화가 진행되고 산업혁명이 일어나 노동문제가 대두되고 혁명의 기운이 싹트던 시기였지만 독일은 공업화가 뒤떨어져 혁명의 기운보다 위로부터의 개혁이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의 세계는 마르크스가 보기에 모순에 가득 차고 불합리한 현실 그 자체였다. 



1751년 몽테스키외가 자신의 저서 ‘법의 정신’에서 국가가 타락하는 두 가지 이유로 하나는 국민이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법 때문에 국민이 타락하는 경우라며, 법이란 결국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혁명적 발언을 주장한 이래... 


그로부터 한참의 세월이 지난 1948년 마르크스는 서른 살을 앞두고 공산당 선언을 집필한다. 진정으로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법을 제정하는 주체가 혁명을 통해 계급투쟁에서 승리한 프롤레타리아의 손에 의해 완성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영화는 그의 젊은 시절, 헤겔 철학과 법 철학에 온통 둘러싸여 세상을 보지 못하는 당대의 지식인들과 투쟁적으로 토론을 하며, 자신의 사상을 검증하고 다듬는 청년 공산주의자의 꿈을 그리고 있다. 


물론 이 영화로는 마르크스를 이해하는데 모자란 감이 없지 않다. 심지어 지엽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상한 점은 가끔씩 등장하는 낯익고 멋진 대사들을 기억하며, 그동안 읽지 않고 방치해뒀던 그의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내가 영화를 덮고 책을 다시 펼치게 만든 대사는 이거였다.


"철학자들이란 그저 세상을 해석하려고만 하지, 절대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아. 세상은 해석하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주체인데도.."


P.S / 영화 <청년 마르크스>의 OST로 등장하는  밥 딜런의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은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곡에 담아낸 반체제 저항가수로도 유명했던 밥 딜런의 대표적인 명곡으로 알려져 있다. 록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포크기타를 들고 노래하던 밥 딜런이 처음으로 전자기타를 사용해 팬들로부터 엄청난 야유를 받았지만 이 곡은 빌보드 차트를 비롯, 전 세계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대 히트를 기록했고, 지금까지도 밥 딜런 최고의 명곡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마르크스와 이 음악의 절묘한 히스토리가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영화에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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