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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Jul 14. 2018

빛나는 침묵의 향연 <침묵의 빛, 2007>

<침묵의 빛 (Silent Light), 2007_카를로스 레이가다스>

때론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


영화 <침묵의 빛>은 2005년 충격적인 펠라시오 장면으로 칸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카를로스 감독의 전작 <천국의 전투 Battle in Heaven> 이후 만들어진 그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


멕시코 북부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메노나이트 교도 집안의 가장인 요한이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감정적인 파장과 배신이라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 끊임없이 빛나는 침묵이 숨겨져 있다. 

                                                      


미리 앞서 영화평의 서두를 꺼내자면, 난 정말 이런 영화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과 기꺼이 술 한잔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마주 보고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지만 그와 함께 라면 결코 시간이 지겹지 않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얄팍한 개인적 감상평이 영화의 전편에 흐르는 긴 침묵을 설명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서두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정작 말이 필요 없게 만드는 '벨라 타르' 감독의 전작들처럼 이 영화 역시 빛과 소리의 상관관계를 전 편 내내 효과적으로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빛은 말이 없다. 빛으로 비로소 구현된 모든 사물들이 개별적 현상을 통해 발현될 때 그 각자는 고유한 소리를 발생시키고 또한 그것을 듣는 역할까지 지니게 된다. 이러한 감각적 사유를 통해 인간은 신념을 키우고 때로는 그 신념에 의해 욕망을 억제한다.      



하지만 말 없음의 공간 속에는 또 다른 욕망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 방관일 수 있으며 심지어 긍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침묵은 고통이자 긍정이며 끝없이 헤어 나올 수 없는 갈등의 미로다.      



이 영화는 인간이라는 존재와 그들이 겪는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든 '날 것'들의 시공간적 보고서다.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 프레임, 철저하게 배제된 인공적인 사운드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영화에서 유효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 가지 관람 팁을 전해드리자면, 이 영화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Tarkovsky) 감독의 영화 <노스탤지어>의 영상기법을 오마쥬한 영화로 두 영화를 서로 비교해서 본다면 영화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 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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