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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Aug 06. 2018

마음으로 보는 눈 그리고 진짜 사진 <세상의 소금>

<제네시스:세상의 소금, 2014_빔 벤더스>

<제네시스:세상의 소금, 2014_빔 벤더스>



2003년 여름, 여행 중 이탈리아 로마에 있었던 나는 거리에서 낯익은 전시 포스터를 하나 보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다른 아메리카', '워커스' 연작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사진가 세바스티앙 살가두였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특이한 낮잠 문화 덕분에 갤러리 오픈 시간을 결국 맞추지 못하고 안타깝게 발길을 돌린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사실 모든 사람들이 그의 사진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질투와 시기를 감추기 위해 셔터 누를 시간도 모자라 직접 현상과 인화를 하지 못하는 커머셜 작가라는 비아냥거리는 비난이 주였지만, 나는 그의 프레임과 압도적인 비주얼에 매료되었다. 나에게 사진이란 그렇게 강렬함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작가가 요제프 쿠델카와 바로 그 살가도였다.


세바스티앙 살가두



쿠델카의 사진집을 보고는 혼자 울었지만, 살가도의 사진을 보고는 인간이 처한 극한의 고통 속에도 감동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사진을 좋아하는 빔 벤더스가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사진 인생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두 인물이 극적으로 한 곳에서 만났다는 이유 하나로도 이 영화는 무조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결코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빔벤더스와 세바스티앙 살가두


살가두는 영화의 서두에 이런 얘기를 한다.


"포토는 그리스어로 빛을 뜻한다. 그래프는 쓰거나 그리는 것을 말한다. 사진은 빛을 그리는 예술이다. 그 빛은 자연에도 존재하지만 깊은 인간의 심연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 빛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무엇이 위대한 사진인지 알게 될 것이다."



전쟁과 욕망, 기근과 학대 그리고 소외로 고통받는 세계인들의 역사를 그는 조용한 카메라의 눈으로 응시한다. 그리고 그의 신념이 셔터에 걸쳐진 손 끝에 장전되고 타자들에게 전해진다. 이것은 살가두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그의 사진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인류는 세상의 소금이 될 자격이 있는가?"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인 '세상의 소금'은 마태복음 5장 13절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오.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에서 따온 것이다.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인격이 흠씬 묻어나는 영화다. 영화가 끝난 이후, 그동안 그의 사진 세계와 정신을 커머셜이라는 말도 안 되는 장르를 들이대며 너무 과소평가했었다는 지극한 반성이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If you take a picture of a human that does not make him noble, there is no reason to take this picture. That is my way of seeing things.”

– Sebastião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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