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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Feb 14. 2019

발리우드 판 관용과 소통의 아이콘 <조다 악바르>

<조다 악바르 (Jodhaa Akbar), 2008_아슈토쉬 고와리커>


<조다 악바르 (Jodhaa Akbar), 2008_아슈토쉬 고와리커>


지난 2008년, 러시아 연방 타타르스탄의 수도 카잔에서 개최된 무슬림 영화제에서 놀라운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인도 배우 '리틱 로샨'이 출연한 영화 <조다 악바르>였다. 인도는 일반적으로 힌두교의 나라로 알고 있지만 16세기 전반에서 19세기 중엽까지는 이슬람 왕조인 무굴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16세기 인도를 제패한 무굴제국의 3대 황제 악바르와 힌두 공주 조다 황후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500년 전의 인도를 그대로 재현하며 거대한 스케일의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현란한 춤과 노래를 통해 마치 무엇에 홀린 것처럼 가슴을 들뜨게 만들었던 매우 흥미로운 영화로 기억된다.     



여기에 더해지는 인도 전통의 건축 양식과 화려한 복장, 그리고 종교의식들이 전해주는 웅장함들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며 무려 21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즐기게 해 준다. 특히 결혼식을 하기 전 조다 공주 측이 마련한 연회에서 황제를 위해 전통 힌두교 악사들이 부르는 춤과 노래는 지금까지도 내게 깊은 여운을 남길 정도로 강렬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악바르>라는 인물은 인도 무굴제국의 패권을 차지한 무시무시한 권력자였지만, 때론 자비로움과 종교적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양면의 캐릭터를 지닌 인물이었다. 무굴제국의 행정 ·사법 ·지방행정 등의 지배체제는 악바르 황제 시대에 거의 완성되었다. 악바르 황제의 사후 자항기르, 샤 자한, 아우랑제브로 이어져 이 시기는 무굴제국의 전성시대를 누리게 된다.                                    



악바르는 자신의 지지자에겐 언제나 자비로웠지만, 반역자에겐 극악무도했다. 그가 반역자 아타가 칸을 지붕에서 두 번이나 떨어뜨려 잔인하게 사형시키는 대목은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 하지만 이슬람 신자였던 악바르는 종교에 관해선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며 선교사들을 위해 성당을 짓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했다.     



그는 이 영화 속에서처럼 힌두교도인 조다 공주와 결혼해, 몸소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 사이의 화합을 실천하기도 했는데 그리 크지 않은 체구였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지녔으며 다재다능했다. 그런 무굴의 황제 악바르는 영화 속에서는 늘씬한 훈남으로 나이스 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정치, 외교, 군사, 사회, 종교 모든 분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무굴의 술탄이 문맹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영화에서 보듯이 자신의 측근들과 언제나 소통하며 부하들의 불만을 경청하는 현명한 군주였다. 오늘날 악바르의 ‘영광의 시대’는 지나갔지만, 그는 영화 속에서 기어이 살아 나와 절대 소통할 줄 모르는 이 시대의 불통 정치가들을 향해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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