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드 쉬르 시엘 cordes
캠핑카를 타고 친구와 함께 유럽을 여행하는 것 중 특히 재미난 것은 유럽의 고대 성이나 요새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도 그랬고 스페인에서도 그랬고 패키지여행으로는 절대 갈 수 없는 그런 오래되고 낡고 요새 같은 마을을 찾아낼 때마다 여행의 즐거움은 언제나 배가 되었었다.
유럽 전역에 흩어져있는 15세기 전후의 중세의 마을들은 아직도 고스란히 그 풍경을 간직한 채 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것이 우리에겐 무척 부럽고 놀라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끽해야 민속촌 같은 드라마 세트장에서만 과거의 흔적들을 느낄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과는 달리 역사적 사실감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국도를 따라 그러한 마을을 찾아다니는 것이 이 여행의 묘미를 더욱 스릴 넘치게 해주고 있었기에 우리는 점점 더 흥미진진함 속으로 빠지고 있었다. 프랑스에서도 우린 두 군데의 요새 마을을 찾아 나섰다. 프랑스는 영국과의 백년전쟁 전에 비어있는 지역으로 사람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요새도시들을 급조했다. 프랑스의 요새도시는 당시에는 신도시로 계획된 격자 도로와 요새화 된 경계지역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페리고르 지방과 피레네 주위엔 무려 3백여 개가 넘는 요새도시와 마을들이 즐비하게 존재했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감명 깊었던 마을은 프랑스 3대 음식 중 하나인 '푸아그라'로 유명한 요새도시 코르드(cordes)였다. '코르드 쉬르 시엘'로 알려져 있는 이 마을은 멀리서 보면 마치 지평선 위에 떠 있는 도시 같다. 13세기 카타르 전투 때 무서운 전염병이 돌아 마을 자체가 전부 폐허가 되어 20세기 초에 와서야 마을을 복원했는데 정부에 의해 지정된 미술가 이브 브라예의 감독 하에 시작된 복구 작업은 이 도시의 설립 당시에 세운 성벽과 수많은 문들을 완벽하게 보존시키고 복원해 내었다.
우리가 이곳을 찾았을 때에도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예전의 건물을 헐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느라 매우 조심스럽게 공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퍼사드 위에 매가 조각되어 있는 14세기 그랑 포콜리 관과 매우 가파른 자갈 도로 위를 따라 세워진 그랑 브뉴 관과 같은 중세 고딕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예전의 모습을 보전하고 있어 거리를 거닐고 있는 것만으로도 과거 중세의 시대로 돌아가는 착각에 들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중세를 걷는 느낌. 설명하기 힘들지만 꽤 매력적인 유혹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체험이다.